그래픽=손민균

SK그룹이 다음 달 열리는 주요 최고경영진(CEO) 회의인 ‘확대경영회의’에서 제약·바이오 계열사의 사업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취임한 이후 임원 주6일 근무, 계열사 구조조정 등 전사 차원에서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SK가 5개로 나뉜 제약·바이오 계열사의 중복 사업을 통합, 정리해 투자를 확대하고, 일부 계열사는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 SK바이오팜(326030), SK케미칼(28513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플라즈마 등 SK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은 다음 달 열리는 그룹의 확대경영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그룹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에 열리는데, 그룹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회의로 꼽힌다.

특히 이번 회의는 최창원 부회장이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그룹 내 계열 제약·바이오 사업 재편에 대한 시나리오 소문이 무성하다. SK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는 지분 구조로 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아래 두 축으로 나뉜다.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CDMO) 기업인 SK팜테코와 신약 개발 기업인 SK바이오팜은 SK가 최대 주주이고, 화학·제약사인 SK케미칼과 백신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 혈액 제제 기업인 SK플라스마는 SK디스커버리의 지배 하에 있다.

이들 5개 계열사는 각자 지배 구조에 따라서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도, 협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창원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는 의장으로 선임된 데 따라 중복 사업 통합은 물론 협력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창원 의장이 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계열사 사업 간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계열사 간 협력으로 가장 큰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은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뇌전증(간질)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 이후 영업이익을 키워가고 있지만, 시장 확대가 관건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아직 국내 허가도 받지 않았다.

업계는 SK바이오팜의 해외 영업은 그대로 두고, 국내 영업을 SK케미칼에 맡길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해 근무 중인 만큼, SK케미칼이 SK바이오팜을 후방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세노바메이트의 아시아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으며, 2026년 국내 시장 출시와 급여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2022년부터 사모펀드 운영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와 제약 사업 부문 매각을 논의했으나, 지난해 연말 매각 논의를 돌연 중단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오른 이후 사업 재구상에 SK케미칼을 활용하기 위해서 매각을 철회했을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와 정반대로 SK케미칼 제약 사업 부문 매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SK그룹이 그룹 전반에 포진된 이차전지와 바이오사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업과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디스커버리 차원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혈액 제제 사업을 하고 있는 SK플라즈마를 통합해 상호 보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가 각각 SK케미칼에서 분리된 이후 SK케미칼 제약사업부의 위상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SK의 제약·바이오 계열사 관계자는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와 별개로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