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을 늦추는 신약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조만간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앞서 레켐비를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는 올 한해 7000명이 투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레켐비를 투약하는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레켐비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검토를 마치고, 이르면 이달 안에 품목허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레켐비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쌓이면서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줄어드는 병이다.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에게 발생해 노인성 치매라고도 부른다. 레켐비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지 않게 해 치매 진행을 늦춘다.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같은 해 9월 일본 후생성에서 허가받았다.
레켐비가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고, 실제 많은 환자들이 처방을 받아 투약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약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레켐비의 약값은 연 3500만원, 일본에서는 2700만원 수준이다. 한국에자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앞서 레켐비 투약이 시작된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도 허가를 받으면 고가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빠르게 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레켐비는 지난해 12월 일본 공적의료보험 대상에 등재돼 본격적으로 투약되기 시작했다. 에자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레켐비 처방은 보험 등재 후 지난 2월 5일까지 두 달 동안 약 100명, 3월까지는 약 300명이 투약했다. 투약 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또 지난 3월 말 기준 일본에서 레켐비를 도입한 병원은 약 350곳으로 늘었다. 레켐비 투약과 부작용에 대해 수강을 한 전문의 숫자도 3500명에 달한다.
레켐비는 정맥주사(IV)형태로 2주일에 한 번 병원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1시간 가량 투약한다. 치매 환자를 다루는 동네 병원에서는 레켐비를 즉각 처방하기가 어려워서, 투약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업계는 예상했다. 에자이는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환자 수가 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일본에서 7000명에게 투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 레켐비에 대한 반응은 일본보다는 미지근하다. 레켐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됐다. 바이오젠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레켐비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레켐비 투약 환자 수는 5000명 미만으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목표로 한 1만명의 절반에 그쳤다.
로이터는 미국에서 레켐비 판매가 일본에 비해 더딘 것은 의료 체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일본보다 지역에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약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이상 병원에 가기 힘들고, 투약하는 비용 자체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은 레켐비의 초기 성과는 예상을 밑돌았지만 성장세는 뚜렷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비바흐 바이오젠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실적발표회에서 “레켐비의 모멘텀(상승 탄력)이 꾸준한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며 “월별 신규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레켐비 미국 매출도 1900만달러(약 260억원)로 기대치인 1100만달러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