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로슈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주(성분명 오크렐리주맙)’를 희귀의약품으로 허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전에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가 여럿 있었지만, 급속으로 악화하는 ‘1차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PPMS)’에도 효과가 있는 약물은 오크레부스주가 유일하다./로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로슈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 정맥 주사제인 오크레부스주(성분명 오크렐리주맙)’를 희귀(희소)의약품으로 허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전에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가 여럿 있었지만, 급속으로 악화하는 ‘1차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PPMS)’에도 효과가 있는 약물은 오크레부스주가 유일하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와 척수, 시신경 등 중추신경을 둘러싼 막인 수초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면역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시신경염, 급성 척수염, 우울증 같은 증상이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병이 진행되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10만 명당 약 3.5명이 앓고 있다.

PPMS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 중 약 15%가 앓고 있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점진적으로 진행돼 시각 장애나 언어마비, 운동마비, 의식 장애 등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김승우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원래 서양인들이 주로 앓던 질환인데 최근 식습관, 위생상태 등이 서구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크레부스 주사제는 항체 생성을 조절하는 B세포의 단백질(CD20) 수와 기능을 모두 줄인다. 면역계가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일을 줄여 다발성 경화증을 억제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600㎎을 2회에 나눠 정맥으로 주입하며, 이후 6개월마다 한 번에 600㎎씩 투여한다.

김승우 교수는 “기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는 면역세포의 수를 전반적으로 줄이거나 혈류를 타고 뇌로 이동하는 면역세포를 줄여 재발을 막는 원리”라며 “오크레부스는 (특히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 있는) B세포만 특이적으로 줄여 다발성 경화증을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았던 환자들도 희망이 생긴 셈이다. 오크레부스주 치료제는 다발성 경화증 글로벌 시장에서 단연 매출 1위다. 미국 매출 규모만 약 6조 6600억 원에 이른다.

한편 지난해 7월 로슈는 오크레부스 피하 주사형과 정맥 주사형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뇌 병변 활성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한 결과 근육에 바로 놓는 주사제도 기존 정맥 주사제와 동등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맥 주사는 한 번 맞는 데 약 2시간이 걸리지만 피하 주사는 10분까지 줄어든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오크레부스를 피하주사형으로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