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초기 단계를 지나 상업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치료후보물질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암과 염증·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인수가 집중됐다.
세계 시장에서 거두는 매출과 이익을 큰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시장성이 클 것으로 평가되는 약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은행 리어링크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뤄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M&A 거래는 29건, 총 거래액은 500억달러(약 69조원)로 집계됐다.
리어링크파트너스는 전체 헬스케어업종을 세분화해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생명과학 도구·진단, 헬스케어서비스, 헬스케어IT로 구분해 평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제약·바이오 부문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1분기 제약·바이오 부문 M&A는 13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45%를 차지했다. 작년 1분기 제약·바이오 부문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21%를 차지했는데, 전년과 비교해 그 비중이 늘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티스가 적극적인 인수 행보를 보였다. 두 회사는 1분기에만 각각 2개 기업, 총 4곳을 사들였다.
치료 대상 질환은 암에 집중됐다. M&A 거래 7건의 기업들이 보유한 치료후보물질의 핵심 적응증이 암(종양학) 분야였고, 총거래 규모는 90억달러(약 12조원)다. 그다음은 염증·면역질환 분야가 2건으로 총 40억달러(약 5조원)규모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한 기업은 차세대 방사성 접합체(RC)를 개발 중인 임상 단계 바이오기업 퓨전 파마슈티컬스다. 방사성 접합체는 암 치료 유망 기술로 꼽히고 있는 분야로, 항체, 펩타이드, 저분자 같은 분자를 사용한 정밀한 표적화를 통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직접 전달한다.
이 회사는 희소 내분비질환 치료용펩타이드 개발전문 바이오회사인 프랑스 아몰리트 파마(Amolyt Pharma)도 인수했다. 이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에네보파라타이드(개발명 AZP-3601)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3상 단계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혈중 부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낮은 희소 질환으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칼슘과 인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신장 문제와 심부전 같은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노바티스는 네덜란드 바이오테크 칼립소와 독일 모르포시스와 인수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노바티스가 인수한 칼립소는 다양한 면역질환에 대한 단일클론항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주요 파이프라인 세포치료제 후보물질 ‘CALY-002′을 보유하고 있다.
그다음 사들인 독일 모르포시스는 암에서 비정상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키는 BET 단백질 기능을 억제해 선택적으로 항종양 활성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저분자 물질 펠라브레십(개발명 CPI-0610)을 개발 중이다. 최근 3상 임상시험에서 JAK 억제제 경험이 없는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룩솔리티닙(ruxolitinib)과 병용 투여했을 때 안전성과 함께 골수섬유증의 주요 임상적 증상 개선 경향을 보였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도 1곳, 사노피도 1곳, GSK 1곳, 머크 1곳, 존슨앤드존슨(J&J) 1곳 등을 각각 인수했다.
길리어드는 미국 사이마베이테라퓨틱스(CymaBay Therapeutics)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가려움증을 포함한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치료제 후보물질 셀라델파(seladelpar)를 보유하고 있다. 담즙성 담관염은 작은 담관이 파괴되면서 담즙이 간에 누적돼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간세포가 파괴되거나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노피는 염증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인하이브릭스를 인수했다. 이로써 임상 2상 단계에 있는 유전성 희소 질환 치료 후보물질 ‘INBRX-101′도 확보하게 됐다. INBRX-101은 알파-1 항트립신이라는 항단백질분해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폐와 간이 망가지는 유전성 질환인 AATD를 주요 적증증으로 개발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데는 특허 만료에 따른 실적 부진 위기 우려가 깔려있다. 이를 대비해 미리 될 성 부를 떡잎을 찾아 나선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유한 연매출 10억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10개 약물이 2025년 이후 순차적으로 특허 만료 시점이 도래한다. BMS 여보이(2025년), MSD 키트루다·옵디보(2028년)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2031년) 타그리소(2032년) 길리어드 빅타비 (2033년) 등이다.
리어링크파트너스는 “수십억달러 이상 거래에서 상업 단계에 있거나 임상적으로 위험이 제거된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인수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