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업체 로슈.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프라시네주맙(Prasinezumab)’이 파킨슨병 환자의 질환 진행을 늦추는 효능을 보였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내놨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이 붙었다.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느린 운동, 정지 시 떨림, 근육 강직 등이 점차 심해지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다.

로슈 연구팀이 진행한 ‘프라시네주맙’에 대한 임상 2상 연구 보고서가 1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임상 2상에서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316명을 프라시네주맙 고용량(4500㎎) 투여군과 저용량 (1500㎎)투여군, 위약 투여군으로 나눠 1년에 걸쳐 4주에 한 번씩 투여했다.

그 결과 위약 투여군과 비교해 저용량·고용량 약물을 주입한 환자군에서 떨림, 경직, 느린 동작 같은 운동 증상이 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을 투여한 환자는 투약 1년 후에 파킨슨병 운동 증상 평가에서 6.82점을 받았는데, 프라시네주맙을 투여한 환자는 4.15점을 받았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운동 증상이 더 악화했다는 뜻이다.

또 이번 연구에서 파킨슨병의 진행이 빠른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 효과가 더 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으니, 뇌의 명령이 몸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근육이 경직되고, 경련이 일어나 몸이 뻣뻣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현재 치료법은 약물이나 전류를 통해 도파민이 부족한 뇌 영역을 자극해 증상 진행을 늦추는데, 병이 많이 진행되면 이마저 효과가 없다. 파킨슨병 치료제로 쓰이는 약인 레보도파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5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없다.

로슈는 파킨슨병이 생기는 원인으로 꼽히는 ‘알파(α) 시누클레인’ 단백질에 집중했다. 학계에서는 이 단백질이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에 쌓여서 신경 신호 전달을 막는다고 본다. 프라시네주맙은 알파 시누클레인을 항체로 겨냥했다. 이 치료제가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첫 파킨슨병 항체 치료제가 된다.

연구를 이끈 로슈의 제나로 파가노 박사는 “이번 임상 결과는 진행성 파킨슨병 환자 집단에서 프라시네주맙의 잠재적인 치료 효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병이 빠르게, 더 많이 진행된 환자일수록 뇌에 쌓이는 단백질의 양이 더 많기 때문에, 이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이 더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파킨스병 치료 신약 개발의 핵심인 알파 시누클레인을 치료제가 제거하는지 여부를 평가해 밝히지는 못했다. 현재 로슈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프라시네주맙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2886-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