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벤처 만드로가 지난해 공개한 근전전동의수(전자의수). 지난해 5월 선정된 2023년 10대 대표 과제 중 '근전전동의수를 위한 손가락 및 손바닥 내장형 통합 구동시스템' 기술을 통해 개발한 로봇 손가락 의수는 미국 소비자 가전쇼 CES 2024에서 '노인과 접근성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고도 난청환자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늘고 있지만 이들 장애인은 여전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불편함이 크다. 보청기는 귓구멍이나 고막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귀 신경에 이상이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은 인공 달팽이관(와우) 이식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동안 인공 달팽이관을 전량 수입해야 했다.

국내 의료기기 벤처 토닥과 서울대병원은 최근 유연성과 생체적합성이 향상된 인공 달팽이관을 국산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 이 달팽이관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자동화한 생산 시스템도 함께 개발했다. 인공 달팽이관을 국산화한 것은 물론 핵심인 신경전극 어레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까지 확보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6일 서울 마포구 YTN 미디어홀에서 성과 보고회를 열고 토닥이 개발한 인공 와우 기술을 포함해 혁신의 최전선에 선 의료기기 10가지를 공개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조 2000억원을 투입해 의료기기 기술개발부터 임상·인허가와 제품화에 이르는 전주기를 지원하는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이다. 현재까지 총 437개 과제에 8523억원이 지원됐다.이번 행사는 인공 달팽이관 사업처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연구과제 중 우수한 성과를 창출한 과제들을 표창하고 주요 성과를 공유해 의료기기 연구자와 산업계의 사기를 고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단은 지난해에도 세계적으로 시장성이 있고 경쟁력이 높은 국산 의료기기 10개 대표 기술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선정된 10대 대표과제는 연구개발 수행의 적절성, 기술·의료 분야의 파급효과, 사회·경제 분야의 파급효과 등 3대 핵심지표를 기준으로, 약 48개 기관에서 제출한 성과 중에서 현재 성과와 미래 성과 창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인공 달팽이관 외에도 심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다중융합영상 AI 솔루션, 다중모드 광영상 기반 지능형 디지털병리기기, 뇌영상-임상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뇌경색 진료 소프트웨어-의료기기가 소개됐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3)' 참가자들이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사업단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제공

환자 맞춤형 정밀수술을 위한 확장현실 기반 로봇 수술 내비게이션 플랫폼과 병원의료정보시스템(EMR) 연동 의료용 스마트 배설케어시스템과 서비스 모델, 국산 착용형 보행재활 로봇(엔젤렉스)의 아세안 진출을 위한 CE 및 말레이시아 허가용 임상시험, 신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혈액 기반의 폐암 진단 원천기술 및 진단키트,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소형 연속혈당측정기, 원격 모니터링 이동형 혈액투석 의료기기도 10대 우수기술에 포함됐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를 보면 인공 달팽이관과 혈액투석 필터처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산화에 기여한 과제들이 눈에 띈다. 심혈관질환용 다중융합영상 AI 솔루션은 최신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 선정된 2023년 10대 대표 과제 중 '근전전동의수를 위한 손가락 및 손바닥 내장형 통합 구동시스템' 기술을 통해 개발한 로봇 손가락 의수는 미국 소비자 가전쇼 CES 2024에서 '노인과 접근성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선정된 10대 대표과제도 환자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한국의 의료기기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앞으로도 연구자들과 적극 소통해 향후 우수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되어 한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국산 의료기기는 치과·체외진단·미용 의료기기에서 국내·외 기업으로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발전이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하도록 국가 R&D사업뿐 아니라 규제개선, 인프라 확충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이날 10대 대표 과제에 대한 시상과 발표를 진행하고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39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4)에서도 홍보부스를 마련해 제품 시연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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