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15, 6층.’ 주식회사 케일럼엠 등기부등본에 등록된 주소지다. 이달 15일 찾아간 주소지 건물에선 ‘케일럼엠’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케일럼엠은 한미약품(128940)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처음 알려진 회사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케일럼엠은 지난달 25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담당하는 제31민사부에 채권자 임종윤 사장의 공동소송적 보조참가인 서류를 냈다.
새 보조참가인의 등장으로 당초 이달 7일로 예정돼 있던 첫 심문 기일은 21일로 연기됐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차남 임종훈 사장과 함께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며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냈다.
시장에선 케일럼엠이 보조참가인으로 등록한 것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보조참가인이란 원고나 피고와 이해관계가 있을 때 어느 한쪽의 승소를 돕기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케일럼엠과 한미약품그룹과의 관련성이 보이지 않는 데다 회사 실체도 베일에 싸여 있어 이번 소송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케일럼엠은 소장에서 한미사이언스(008930) 2주, OCI홀딩스(010060) 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기상 주소지인 서울 여의도동 세우빌딩을 찾았을 때 출입구에 설치된 층별 안내판에선 ‘케일럼엠’이란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등기부등본에 케일럼엠 본사가 있다고 적혀 있는 6층으로 올라가보니 회사 4곳이 입주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케일럼엠을 찾지 못했다. 6층에 입주해 있는 복수의 업체 관계자들에게 케일럼엠에 대해 묻자 “처음 듣는 회사”, “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직원은 “약 한 달 전에 새로운 업체가 6층에 들어왔는데, 그전에도 케일럼엠은 없었다”고 말했다.
케일럼엠 등기부등본 등록 과정에 오류가 있었거나, 이 회사가 허위로 주소를 등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인 주소지는 설립 시 필수로 작성해야 하는 정관에 포함되는 항목으로 의무 기재 사항이다. 법인 본점 주소지 이전은 공식적으로 등기에 반영해야 하며, 사업장 본점 주소가 이전한 지 2주 안에 변경 등기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최대 500만원 발생한다.
케일럼엠은 과거 태화그룹 관계사다. 코스닥 상장사 케일럼이 2022년 11월 설립했고 이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지난해 말 제3자에게 매각됐다. 케일럼은 자동차 모터 사업을 하는 회사로 대표이던 권마이클윤준씨가 사망하면서 태화그룹 회장 장녀인 최연지씨가 대표에 올랐다. 케일럼엠 대표도 최연지씨로 바뀌었다가 올해 1월 19일 사임하고 같은 달 29일 최승환씨가 대표에 올랐다.
태화그룹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매각한 케일럼엠의 인수자는 대부업체로 알려졌지만 아직 드러난 사실은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과의 개인 채무 문제로 소송에 참가하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남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 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룹을 본인의 개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임 사장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케일럼엠은 모르는 회사”라며 “전혀 관련성이 없어 특별히 소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