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한 성형외과 앞. /연합뉴스

피부·미용 의료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의료기기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과 해외 수출이 급감해 부진했던 이들 기업들이 다시 떨치고 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의료기기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사업을 하는 휴젤(145020), 의료용 미용장비 업체인 클래시스(214150), 의료용미용기기 회사 원텍(336570)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최근 나타났다.

휴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197억원, 영업이익은 1178억원을 기록했다. 클래시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801억원, 영업이익은 8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클래시스의 영업이익률은 49.8%에 이른다. 윈택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5.2% 늘어 약 118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2.1%늘어 약 4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윈택의 영업이익률은 38.8%다.

글로벌 ‘피부 미용 트렌드’가 성형수술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국내 기업들의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전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빛, 고주파, 초음파 등으로 노화를 관리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클래시스는 고강도 집속초음파(HIFU·하이푸) 장비인 ‘슈링크’와 ‘슈링크 유니버스’가 대표 제품이다. 고강도 집속초음파 기기는 돋보기로 빛을 모으듯 초음파를 피부 속 원하는 깊이로 집중 조사하는 기조직을 응고해 피부와 피하 조직의 탄력 개선 효과를 낸다.

원텍의 대표 제품 ‘올리지오’는 고주파 열에너지를 피부 진피층에 전달해 콜라겐 재생에 도움을 주는 원리다. 통증을 줄여서 시술 전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시술 후에도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실적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높이고, 해외 신시장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중국과 일본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면,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 태국, 브라질, 중동 등 다양한 국가와 지역으로 확대를 노리고 있다. 휴젤은 올해 태국,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에 필러 제품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며, 클래시스는 비침습 고주파(RF) 의료기기 신제품인 ‘볼뉴머’를 오는 4월 브라질과 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원텍의 태국법인 원텍 아시아는 태국에서 올해 연말까지 ‘올리지오’ 최소 2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본다. 피부 미용 병원에서는 고가의 의료기기 장비를 할부나 리스로 구입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아무래도 새로운 기기를 들이는 것이 부담이 된다. 국산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제품은 글로벌 제품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다. 엘러간 에스테틱스와 인수합병한 애브비, 입센, 멀츠 등 대형사들이 일찍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미용 시술 수요가 여전히 높다”면서 “미용의료장비의 경우 설치된 장비가 늘어남에 따라 소모품 매출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