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대 제약사 중 GC녹십자를 제외한 유한양행(000100), 종근당(185750), 한미약품(128940), 대웅제약(069620)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약의 단점을 개선해 개발한 개량ㆍ복합신약을 비롯한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OTC)의 매출이 고르게 증가했고 해외 기술 이전 성과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유한양행이 지난해 결산 실적을 공개함에 따라 5대 제약사의 지난해 성적표가 모두 발표됐다. 이들 제약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8590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매출액 기준 상위 1위 자리를 지켰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 1조6694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녹십자가 1조6266억원, 한미약품 1조4909억원, 대웅제약 1조3753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5대 제약사의 연매출액을 합치면 8조21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종근당이 2466억원으로 최근 OCI그룹과 통합을 선언한 한미약품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2위는 한미약품(2207억원), 3위 대웅제약(1226억원), 유한양행(568억원), 녹십자(344억원) 순이다.
녹십자(006280)는 당기 순이익이 적자 전환하며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수익 상품이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러시아 판매가 크게 줄고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영향으로 풀이됐다.
특히 지난해는 종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종근당은 한미약품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녹십자를 제치고 2위가 됐다. 종근당 관계자는 “주요 제품군인 ‘글리아티린’, ‘딜라트렌’, ‘프롤리아’, ‘에소듀오’ 군 등의 매출이 고르게 증가했고,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기술을 수출한 게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적이 좋은 제약사들은 지난해 해외 기술 수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난치성 유전병인 ‘사르코 마리투스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CKD-510(개발코드명)’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을 맺고, 선급금 1061억원을 받았다.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1조7300억원이다.
한미약품도 머크(MSD)에 대사질환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 기술을 수출하고 임상 2b상 진입에 따라 유입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197억원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존슨앤드존슨(J&J)에 폐암 항암제 ‘렉라자’를 12억5500만달러 규모로 기술을 수출했다. 올해부터 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통한 처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따른 상업화 인센티브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 기업들의 기술 수출과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연매출 2조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DB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유한양행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0% 늘어 2조803억원을, 영업이익은 80% 늘어 97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로 급여가 확정된 ‘렉라자’의 매출과 자회사 유한화학의 공장 증설에 따른 해외 사업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