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색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가 백혈병 세포를 공격하고 있다. /사이언스 캡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항암제로 주목받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 T(CAR-T)세포 치료제가 2차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붙이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AR-T 치료제는 암 환자에게 얻은 면역T세포 유전자를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조작한 다음 몸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항암 치료제다. 한 번 주사만으로 완치율이 50%에 달해 ‘꿈의 항암제’ ‘기적의 항암제’로도 불리며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FDA는 이달 19일 CAR-T 치료제 제조사들에 대해 “치료제가 2차 악성 종양 발병 위험과 관련됐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2차 악성 종양은 암 치료 후 새롭게 발생하는 암을 뜻한다.

FDA의 서신을 받은 제약사는 30일 안에 ‘CAR 양성 종양을 포함한 T세포 악성 종양은 치료제 주입 후 몇 주 내에 나타날 수 있으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과 신경독성 위험이 있다’는 경고문를 포함하는 라벨 변경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다만 FDA에 반박문을 제출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백혈병을 치료하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최초로 허가를 받은 후 존슨앤드존슨의 ‘카빅티’,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베크마’와 ‘브레얀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등 6종이 허가를 받았다. FDA가 경고문 부착을 지시한 이후 존슨앤존슨와 길리어드의 주가가 1~2%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CAR-T가 과연 얼마나 위험한지 여부다. 국내에서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큐로셀의 김건수 대표는 “FDA가 지적한 부작용은 2만5000명 중 22명에서 나온 사례”라며 “치료할 방법이 없어 사망할 환자 중 절반 이상을 살릴 수 있는 치료제라 0.09%의 부작용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상 컨설팅 업체 메디라마의 문한림 대표는 “모든 항암제는 사용에 따른 이득과 위험이 있다. 암은 사망 가능성이 큰 병이라 다소 부작용이 있어도 암 치료의 이득에 우선순위를 두고 판단한다”며 “FDA로서는 부작용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의사가 CAR-T 사용에 따른 이득과 위험을 인지하고 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다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CAR-T는 임상적으로 이득이 위험을 훨씬 상회하는 치료제”라며 “CAR-T를 이용한 치료 원리상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등 부작용을 아예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위험을 감수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는 보고된 부작용 사례가 없어 경고문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CAR-T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FDA의 조치에 따른 후폭풍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일반인은 경고문을 보고 위험성을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CAR-T 치료제를 대체할만한 약이 없는 암 질환에서는 여전히 굉장히 좋은 치료제이기 때문에, 개발이나 사용이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CAR-T 치료제보다 안전한 약이 나오면 경쟁이나 대체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DB

김건수 대표도 “CAR-T 치료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의사와 밀접한 상담 후 처방되는 치료제라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라며 “경고 때문에 CAR-T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암이 진행돼 사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도 “다른 치료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투여하고 있고 부작용 발생률이 오히려 일반의약품보다 낮아서 환자들도 경고문 부착 조치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며 “임상 의료진들도 부작용에 대해 굉장히 관대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CAR-T 치료제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위험성은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나 제품 제조사나 상당히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며 “앞으로는 CAR-T 치료제의 부작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진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