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제약·바이오사들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라이릴리의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올해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 치매란,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치매인데 이 중 70~80%가 알츠하이머 치매다. 기존 치료제는 인지 저하 증상을 완화해주는 용도로 처방됐고,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개선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많은 기업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 등을 겨냥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함께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지난해 FDA으로부터 경도 인지장애·초기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로 승인을 받아 시장에 나왔다. 레켐비는 정맥주사(IV)제형뿐 아니라 피하주사(SC)제형도 함께 개발됐는데, 올해 상반기 중 FDA에 피하주사 방식 레켐비의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일라이릴리 도나네맙의 FDA 승인이 국내 제약바이오텍 치매 관련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보다 먼저 출시한 레켐비 매출 추이에 따라 치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아리바이오와 젬백스, 차바이오텍, 멤스젠, 엔케이맥스, 이수앱지스, 동아에스티, 샤페론, 뉴로라이브, 피플바이오, 바이오오케스트라, 유바이오로직스, 엘앤제이바이오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회사별 파이프라인의 특성을 살펴보면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의 치료 효과를 높이거나 부작용을 극복하는 약물 전달 기술, 병용용법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겨냥한 연구가 주로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주요 장애물은 약물이 바로 딱딱한 뇌혈관장벽(BBB)을 잘 투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신 치료제인 레켐비 같은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뇌 표면에 작은 출혈을 동반하거나 뇌의 일시적인 부기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처방 가능한 환자군이 제한적인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아리바이오가 작년 12월 유럽 임상시험을 신청하며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해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가 빠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회사의 ‘AR1001(개발코드명)’은 다중기전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로,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발병 원인과 병리에 대용 가능한 게 특징이며, 하루 한 알 먹는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치료제 ‘CB-AD-02′를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억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태반 조직에서 추출한 기능성 세포로 대량 배양, 세포 동결 기술에 기반을 둔 게 특징으로, 임상시험 초기(1·2a상) 단계에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리보핵산(RNA) 기반의 알츠하이머 치료 ㅇ후보 ‘BMD-001′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BMD-001가 영장류에서 독성병리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동시에 감소시킨 효능 데이터를 발표했다.
엘앤제이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후보물질 ‘AL04′을 개발 중이다. 쥐와 원숭이 대상시험을 통해 뇌 해마에서 아밀로이트 베타 축적과 관련된 뇌세포 감소, 신경염증성 손상 감소, 과인산화 타우 감소 효과, 안전성 등을 확인해 본격적인 임상에 나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엘앤제이바이오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이중 작용 치료(DAT) 플랫폼을 적용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억제하고 동시에 타우 단백질 응집체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FDA 임상시험 신청을 제출해 경증·중증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정맥 주사의 농도 범위에 대한 안전성과 내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주요 세계 석학들이 레켐비와 도나네맙 허가 향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다중기전 전략이 중요하고 더 나아가 병용투여 요법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