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본사 사진(부광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OCI와의 통합 이후 부광약품과 시너지를 낼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미와 OCI가 통합되면 OCI홀딩스는 통합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중간지주사가 되면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중간지주사, 즉 제약분야 경영권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OCI 통합 이후 부광약품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내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OCI와 한미그룹 통합 발표 이후 OCI의 인수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한미그룹의 경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 마련이 통합의 주된 배경으로 추정됐지만, OCI 입장에서는 이렇다할 동인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OCI 이우현 회장이 지난 2022년 지분을 투자한 부광약품의 사업구조 재편을 한미그룹에 맡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OCI가 부광약품 지분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오른 지난 2022년 이후 부광약품은 적자로 전환했다. OCI는 부광약품과 통합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이우현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올랐지만, 그 이후에도 이렇다 할 구조조정이 없었다. 문제는 OCI 그룹이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 회장은 내년 5월까지 부광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추가 지분을 투자해 아예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그러나 OCI는 약국과 병원을 상대로 하는 제약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우현 회장이 한미그룹과 통합 진행 과정에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에게 부광약품 사업 재편의 전권을 줬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더욱이 임주현 사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 당시에 인력관리(HR)쪽을 주로 담당한 인력통이다. 제약업계 사람의 속성을 알고, 관리에 능하다는 뜻이다.

조선DB

한미약품은 우선 부광약품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광약품은 신경계통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두고 있다. 한미약품은 항암제와 대사질환 관련한 파이프라인은 갖춰져 있지만, 신경계 쪽에는 연구개발 실적이 많지 않다. 그러니 이 부분에서 양사가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미약품이 부광약품을 CSO(영업대행 업체)처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의약품은 병원과 약국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리베이트 규제 등을 강하게 두고 있어서 대형 제약사 직접 영업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CSO를 두거나 중소 제약사와 협업으로 영업을 대행한다.

한미는 그동안 CSO 없이 자체 영업을 해 왔는데, 변비약 아락실 잇몸 기능성 치약 시린메드 등 일반의약품과 생활용품 영업 노하우가 있는 부광약품을 활용하면 부족한 부분을 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나 1960년 설립해, 역사가 길고 이 때문에 전국 영업 네트워크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광약품을 한미약품이 흡수 통합해서 덩치를 키우는 방안도 논의되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흡수 통합을 한다면 겹치는 업무에 있어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광약품 내부적으로는 OCI 인수 이후 직원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양 사가 통합 이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