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24′에는 혁신적인 헬스케어 기술도 대거 공개된다.
전시 기업만 4000개, 참가자수만 13만명에 이르는 이번 행사에는 여느 때처럼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전자기업은 물론 애보트와 같은 진단기기 회사도 메인 스폰서로 참가했다.
◇ 삼성전자 에이지테크 기술 적용 헬스하우스
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CES에 미국 전미은퇴자협회(AARP)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에이지테크(AgeTech)’ 서밋을 꾸렸다. 에이지테크 서밋은 고령 친화 스타트업, 투자자, 기업 등을 한데 모아서 노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돕는 기술을 보는 자리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 스마트 홈 ‘삼성헬스하우스(Samsung Health House)’를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모델하우스를 짓고, AARP와 협업하는 고령 친화 10개 스타트업의 기술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는 노인 인구의 77%가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설문조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AARP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에이지테크 서밋에서 마련한 컨퍼런스에도 참여한다. 박헌수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 상무와 캔 허니컷 삼성전자 미국법인 헬스케어 이사가 노인을 위한 미래 기술에 대해 강연한다.
항노화와 건강은 올해 CES를 관통하는 큰 주제기도 하다. CE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헬스케어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디지털 건강 관련 콘퍼런스를 준비했다. 오는 11일(현지시각) 오전 9시에는 역노화를 연구하는 ‘장수(longevity)와 바이오해킹’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열린다. 인도계 미국 배우인 우카시 앰부드카는 음악과 관련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노령화와 창의성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다.
올해 최소 540개의 건강 관련 전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주최 측은 오는 9일 열리는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미국 건강보험사인 엘러밴스 헬스(Elevance Health)의 게일 보르도 CEO를 초청했다. 보르도 CEO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장 적용에 대해 강연하게 된다.앨러밴스 헬스는 2022년 기준 가입자 4680만 명, 직원 수는 10만 3200명의 건강 보험사업자다.
민간보험사의 기조연설에 이어 이튿날인 10일(현지시각) 오전 10시 20분에는 ‘미국 당국자들과의 대화’를 주제로 한 세션에 로버트 칼리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참석한다. 칼리프 국장은 심장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구글 생명과학 부문인 베릴리(Verily)에서 임원을 지내 CES에 친숙하다.
◇ 혈당 혈압 등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 눈길
기술 쪽으로는 혈압, 수면무호흡증, 혈당 등을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유메옥스(Umeox)는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반지 형태의 기기 X 링을 선보일 예정이고, 구글의 핏비트(Fitbit)가 CES에서 핏비트 럭스 2 출시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진단기기 업체인 애보트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속 혈당 측정기 ‘링고’를 선보인다. 링고는 팔뚝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혈당 측정기다.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전송해 사용자가 섭취하는 음식이 혈당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로봇 청소기 같은 인공지능(AI)가전으로 유명한 바라코다는 정신 건강을 돌보는 스마트 거울을 공개한다. B마인드라는 이름의 거울은 사용자의 표정 대화 등을 AI로 분석해 기분을 파악하고, 그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헤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이 제품은 2024 CES 혁신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올해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들도 대거 참석한다. 작년에는 SK바이오팜이 CES에 참석해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와 함께 쓸 수 있는 전자약을 개발한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혁신상을 휩쓸면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CES에 참석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로봇 손가락 의수를 개발하는 ‘만드로’는 소수의 기업에만 수여하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고, 인공지능(AI) 소화기 내시경 개발 업체인 웨이센, 암 진단 AI 기업인 딥바이오, 인공지능 부정맥 예측 진단 솔루션 개발 기업 시너지AI, 시각 장애인을 위한 증강현실(AR) 기반 전자눈 개발 기업 셀리코, 백내장 수술기구 개발 기업 티아이 등이 혁신상을 받았다.
미국 의료기기 기업으로는 욕창 센서를 개발한 인셉션 랩(Inception Lab), 마스크 형태의 수면무호흡증 진단기기를 개발한 루아 랩(Ruahlab) 등이 주목할 업체로 지목됐다.
시장분석업체인 포레스터의 아리엘 트르진스키(Arielle Trzcinski)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영 악화로 병원들이 폐원한 가운데, 환자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디지털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