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파나셀바이오텍 대표

줄기세포는 뼈·뇌·근육·피부·심장 등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다.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세포 분열이 왕성한 배아 단계의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배아줄기세포(ESC), 피부 세포 등 다 자란 세포에 유전 기술을 적용해 역분화시켜 원시 상태로 만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제대혈이나 골수, 지방 조직에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 배양하는 성체줄기세포다.

국내에서 성체줄기세포로 허가받은 치료제는 총 4개에 이른다. 지난 2011년 7월 파미셀의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이 허가를 받았고 2012년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퇴행성 골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크론성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이, 2014년 코아스템의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주’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뉴로라타 이후 10년 동안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없다. 네이처셀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은 임상 3상 결과로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지난해 최종 반려를 당했다. 파미셀의 간경변 줄기세포 치료제 ‘셀그램-LC’은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으나, 지난 2019년 반려됐다. 안트로젠이 개발하던 피부에 붙이는 방식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지난 2022년 임상 3상 결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파미셀과 안트로젠은 골수, 네이처셀은 지방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 등을 활용한다. 제대혈 골수 지방 유래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지 않자, 연구자들은 다른 조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와튼젤리’다. 와튼젤리는 탯줄 안에 제대혈을 감싸는 점액성 물질이다.

줄기세포 전문 기업인 파나셀바이오텍 최승호 대표는 “와튼젤리에 중간엽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라며 “지방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와 비교해 조직 재생 효과가 7배는 좋고, 광범위한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올해 와튼젤리 유래 줄기세포 배양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최 대표는 당장 버거씨병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버거씨병으로 발가락이 썩은 리비아 환자가 한국에 입국한다. 버거씨병은 사지 끝부분에 있는 혈관이 망가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인데, 통증이 심하고, 병이 악화하면 손이나 발을 잘라내야 한다. 최 대표는 “줄기세포 이식은 이 환자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와튼젤리 유래 줄기세포 임상시험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거쳐야 하므로, 먼저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이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발 /최승호 대표 제공

최 대표는 1990년대 후반 갈비뼈에서 떼 낸 연골로 낮은 코를 세우는 ‘자가늑연골 코수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의사다. 지금은 흔한 성형 기법이지만, 1990년대에만 해도 어려운 수술로 통했다. 최 대표는 미용수술로 벌어들인 돈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해왔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업계가 흔들릴 때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줄기세포가 암을 포함한 난치성 질환, 노화 극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라며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낸 한국 연구자들은 저력이 있다”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와튼젤리인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는 계속 확장 중이다. 처음에는 골수에서 시작해서 지방, 제대혈로 확대됐고 요즘에는 와튼젤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와튼젤리는 생산성도 좋고, 분화를 여러 번 시켜도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제를 동물 실험할 때는 쥐의 한쪽 뇌를 망가뜨리고, 반대쪽에 줄기세포를 투여하게 된다. 줄기세포의 호밍효과(손상된 부분을 찾아서 스스로 재생)를 확인하는 절차다. 와튼젤리 유래 줄기세포의 효과를 확인하려고 같은 실험을 했더니 망가진 뇌에 새로운 뇌혈관이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어떻게 연구하게 됐나.

“세포치료제는 몸 밖(체외)에서 제작한 자가·동종·이종 세포를 몸에 주입해 병을 고치는 의약품이다. 환자의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는 유전자를 삽입해 제작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가 대표적 세포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최신 기술로 꼽히지만 부작용과 한계가 뚜렷하다.

환자 백혈구에서 추출한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한 후 배양해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기 때문에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T세포가 혈액암과 달리 고형암에서 공격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한계다. 나는 이런 한계를 줄기세포 치료제가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활용한 ‘키메릭항원수용체 자연살해세포(CAR-NK)’와 ‘키메릭항원수용체 대식세포(CAR-M)’ 치료제를 개발하면 CAR-T의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다 자란 T세포를 조작해 배양할 것이 아니라, 원시 상태의 iPS 세포를 자연살해(NK) 세포나 마이크로파지(대식)세포로 분화시켜서 배양하면 균일한 품질의 세포 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지 않겠나.”

마이크로파지는 선천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세포 찌꺼기, 이물질, 미생물, 암세포,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을 집어삼켜서 분해한다. T세포와 달리 고형암 세포로 침투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

-줄기세포를 연구한 계기가 있나. 성형외과를 운영한 성공한 의사 사업가로 알고 있다.

“20여 년 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장애가 있다. 청력도 떨어졌고, 걸음도 편치 않다. 어머니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표한 논문이 많지 않다.

“국내 규제가 많아서 필리핀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리비아 등에서 주로 연구했다.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만 내고, 임상 현장을 모르는 사업가는 지양한다. 동물 실험 등을 통해서 작지만 계속 성과를 내고 입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기술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ADSC), NK세포 분리배양, 세포 뱅킹, 엑소좀과 갈색지방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갖췄다. 특히 NK세포는 2주 안에 150억 셀 이상 생산할 기술이 있다. 싱가포르와 필리핀의 기업에 배양 시설 기술 이전을 논의 중이다.”

파나셀은 2022년 세포처리시설 허가업체로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 정부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세포처리시설은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등 대학병원과 파나셀바이오텍을 포함한 22개의 바이오기업뿐이다.

-상장 계획은 없나.

“투자자 때문에 연구 방향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경영을 하려면 상황에 맞게 기민하게 방향을 틀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있는 기업은 그런 방향 전환이 어렵다. 예를 들어 그동안 투자자를 모아서 NK세포 연구만 해 온 기업은, 투자한 자금이 아까워서 계속 그것만 파고들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성공하기 어렵다. 반대로 우리는 결정이 자유롭다. 지난해 세포처리시설 업그레이드를 결정하고, 올해 당장 1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학병원 이상의 수준으로 설비를 맞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