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술 상장 특례 1호 기업 헬릭스미스(084990)가 바이오솔루션(086820)에 경영권을 넘긴다.
헬릭스미스는 전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바이오솔루션과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바이오솔루션을 3자배정 대상자로 총 36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오는 28일이다. 이번 신주 발행의 결과에 따라 헬릭스미스의 최대주주는 기존 지분 9.39%를 보유한 카나리아바이오엠에서 증자한 뒤 헬릭스미스 지분 15.22%를 확보하는 ‘바이오솔루션’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바이오솔루션은 2000년 설립돼 2018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시판된 자가연골 세포치료제 ‘카티라이프’를 비롯해 첨단바이오의약품 및 바이오 융합소재 전반에 걸쳐 연구·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다.
헬릭스미스는 김선영 전 서울대 교수가 1996년 학내 벤처 1호로 창업한 회사로 2005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국내 바이오 벤처 1세대이자, 기술력은 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마련된 기술 상장 특례 첫 적용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9년 임상 3상에서 위약(가짜 약)과 실제 투약 환자가 섞이는 문제가 발생해 주가 폭락 사태를 겪었다. 이후 의미있는 신약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528억원 규모였다.
잇단 악재로 주가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헬릭스미스의 주인이 바뀌며 갈등이 고조됐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2월 바이오 계열사를 둔 중소기업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긴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유상증자를 통해 카나리오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의 지분 9.39%를 확보했다. 이전까지 최대주주였던 김선영 교수는 올해 2월 대표에서 물러나, 등기 이사로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 주주들이 반발했다. 소액 주주 측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유상증자로 취득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취지다.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는 소송도 냈다. 이에 헬릭스미스도 고발로 맞섰다. 소액 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사내이사에 대해 공시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며 고발했고, 소액 주주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신속하게 종결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카나리아바이오 그룹과의 관계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헬릭스미스의 새 주인이 된 바이오솔루션은 헬릭스미스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과 주요 파이프라인 대부분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오솔루션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세포치료제 분야에 헬릭스미스의 유전자전달체 기술을 접목시켜 세포치료제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시키고, 헬릭스미스의 글로벌 임상능력을 세포치료제의 미국 임상시험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호 파트너십을 통해 각사의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과제를 개발해 연구·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솔루션 측은 헬릭스미스가 개발해 온 HGF/c-Met (HMET) 플랫폼 기반의 후보 물질 엔젠시스, NM301, VM507 등과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치료제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 마곡 본사에 있는 800평 규모의 세포치료제 GMP 생산 시설(CGT Plant)을 활용해 본격적인 공정개발·생산 위탁(CDMO)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장송선 바이오솔루션 대표이사·회장은 “헬릭스미스가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축적한 지적재산과 플랫폼 기술과 글로벌 임상개발 능력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값비싼 자산”이라며 “이를 활용해 두 회사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바이오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회장은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로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통증과 족부궤양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며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획기적인 일”이라면서 “유전자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다수의 제품과 사업을 창출하는 플랫폼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승신 헬릭스미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헬릭스미스의 R&D 프로그램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간 미국 임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사업을 활성화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