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전문지 피어스파마는 제약, 생명공학, 의료기술, 벤처캐피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생명과학 분야 여성 리더 10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피어스바이오파마 캡처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환각 연구협회(MAPS) 자회사인 MAPS PBC 대표인 에이미 에머슨(Amy Emerson)은 마약인 메틸렌디옥시메타암페타민(MDMA·엑스터시)을 정신 질환 치료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이끄는 MAPS PBC는 트라우마나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에게 MDMA를 쓸 수 있다면 정신질환이나 마약에 대한 낙인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말레나 페조(Marlena Fejzo)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임신 중 극심한 구토가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특정 유전자가 유발한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제약전문지 피어스바이오파마는 4일(현지 시각) 에머슨 대표와 페조 연구원을 포함해 올해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활동을 보여온 여성 리더 10명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제약기업과 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250명의 후보 가운데 10명을 선정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의 부정맥 신호를 잡아내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개발자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노바티스의 바이오벤처 인수합병(M&A)을 물밑에서 성사한 벤처 캐피털 투자자도 포함했다.

피어스바이오파마는 이들에 대해 “생명과학 분야의 리더십 면모를 변화시키고 있는 강자들”이라며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기준을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 에이미 에머슨 MAPS PBC 대표와 말레나 페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에머슨 대표는 MDMA를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미국 워싱턴주립대 유전학과를 졸업하고 노바티스백신과 치론을 거쳐 2003년 MAPS에 합류했다.

올해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마약류 기반 치료법을 코드에 넣으면서, 미국 의료계는 환각제 사용 검증 작업에 나섰다.

자궁근종과 난소암을 연구해 온 페조 교수는 임신 중 극심한 입덧을 겪은 이후 연구를 하다가 GDF15라는 유전자가 임신 중 극심한 구토증 발병의 위험 요소라는 것을 발견했다.

구토를 경험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작게 태어날 위험이 높고, 이는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대마초와 같은 마약에 노출된 아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신경 발달 지연, 인슐린 민감성, 코르티솔 수치 증가, 비타민 K, 비타민B1과 엽산 결핍의 위험이 53% 증가하는 것을 알아냈다. 페조 교수 연구진은 최근 관련 호르몬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 애너 후커 이그젝 사이언스 최고 실험실 책임자

후커 본부장은 분변 기반 대장암 진단키트 ‘콜로가드(Cologuard)’를 개발한 미국 이그잭사이언스(Exact Science)의 최고 실험실 책임자다. 콜로가드는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진단키트로 1~2g의 대변에서 검출되는 DNA를 활용해 대장암을 가려낸다. 콜로가드 검사는 2021년 한해 동안에만 1조원어치가 팔렸다.

후커 본부장은 2014년 이그젝사이언스에 합류했으며, 그 당시 80명이던 직원은 수는 현재 6500명으로 늘었다. 후커 본부장은 물류, 자동화, 제조 프로세스 및 품질 관리 노력을 포함해 1700명 직원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 바리 코왈 리제네론 개발 운영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

바리 코왈 수석 부사장은 리제네론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원하는 임상 시험 운영, 생물통계학, 데이터 관리 및 공유 서비스 부서를 감독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코왈 본부장은 화이자(Pfizer) 출신으로 지난 2015년 리제네론의 임상 시험 관리 및 글로벌 모니터링 책임자로 합류했고, 2017년 글로벌 임상 운영 부사장을 거쳐 올해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데나 마리누치 트루비안 헬스 창업자

데나 마리누치(Dena Marrinucc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혈액 진단 키트 개발 업체인 트루바인헬스의 창업자다. 올 여름 발표한 연구 결과 에 따르면 트루비안헬스는 약 36개 분석 중 25개에 걸쳐 중앙 실험실 분석기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했다. 테라노스는 200개 테스트 중 10개도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마리누치 COO는 미국 샌디에이고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원출신으로 에픽 사이언스를 거쳐 트루비안헬스를 공동창업했다.

◇ 하나디 유세프 유베나 테라퓨틱스 대표

하나디 유세프(Hanadie Yousef) 유베나(Juvena) 테라퓨틱스 대표 공동 창업자는 노화 치료제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세프 대표는 카네기멜론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UC버클리 대학원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했고, 스탠포드의대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유세프는 만성 및 노인성 질환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발굴을 목표로 2019년 유베나를 창업했다. 유세프는 올해 11월 4100만 달러의 시리즈 A 자금을 모금했으며, 내년 근긴장성 이영양증 1에 대한 임상 1상 계획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리넬 호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수석 부사장

리넬 호크(Lynelle Hoch) 부사장은 지난 2001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에 합류했으며, 면역항암제 마케팅 담당 부사장, 영국 및 아일랜드 회사 사업 총괄 관리자 등을 거쳤다. 호크 부사장은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 마하 카타비 소피노바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마하 카타비(Maha Katabi) 박사는 캐나다 맥길대(McGill) 약리과를 졸업한 후 벤처캐피탈에 입사해 투자자로 성장한 인물이다. 세토랄 자산운용 사모펀드 관리자를 거쳐 지난 2019년 소피노바에 합류해 2020년 파트너로 임명됐다. 소피노바는 올해 3월 말 기준 약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카타비는 지난 2021년 베라 테라퓨틱스, 애로베이트 테라퓨틱스 상장 업무를 주도했고, 화이자의 앰플릭스 인수와 노바티스 기로스코프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도 주도했다. 9월에 기업공개를 발표한 레이즈바이오도 소피노바의 투자를 받은 바이오벤처다.

◇ 프리야 아바니 얼라이브코 CEO

프리야 아바니(Priya Abani) 얼라이브코 최고경영자(CEO)는 심혈관 치료를 위한 AI 구독 서비스를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얼라이브코는 스마트 심장 AI 모니터링 장치 분야 최고의 개발업체로 평가받는다. 얼라이브코 가입자는 전 세계 290만 명에 이른다.

AI 심장 전문의들이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에 부착한 카드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AI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맥박을 분석해 심장 부정맥 6가지를 감지한다. 판독 결과는 간병인과 공유한다. 미국에서 심장병이 사망 원인 1위다. 인도 출신인 아바니 대표는 인텔을 거쳐, 아마존에서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 총괄 관리자를 지낸 AI 전문가다.

◇레셰마 켐프스 폴랑코 노바티스 최고 상업 책임자(COO)

레셰마 캠프스 폴랑코(Kemps-Polanco) 노바티스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의료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환우회 교육과 지역 사회와 협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바티스는 미국에서 콜레스테롤 치료제 레크 비오(Leqvio) , 방사선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 유방암 치료제 키스칼리( Kisqali)를 출시하고 있다.

캠프스 폴랑코는 노바티스로 입사한 후 존슨앤드존슨으로 이직해 7년 가량 근무한 후 지난 2021년 다시 노바티스 종양학 책임자로 합류했다. 그는 의료경제인협회 자문위원회의 회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