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는 4일(현지 시각) 미국 비만 당뇨 치료제 개발 기업인 카못테라퓨틱스(Carmot)를 31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조선DB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선점한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 참전한다.

로슈는 4일(현지 시각) 미국 비만 당뇨 치료제 개발 기업인 카못테라퓨틱스(Carmot)를 31억 달러(약 4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M&A 계약에 따라 로슈는 카못에 27억 달러(약 3조 5000억원)를 선입금으로 지급하고, 4억 달러는 마일스톤으로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로슈는 지난 1999년 지방흡수억제제인 제니칼(성분명: 오르리스타트)을 개발했으나, 변실금 등 부작용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GLP-1 작용제와 PPAR 작용제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부작용 문제로 임상 3상에서 모두 중단했다. 그런데, 이번에 카못을 인수하면서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카못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혈당이 올라갈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 GLP-1/GIP)에 작용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식사 후 분비되는 장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해 혈중 포도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카못은 주 1회 주사로 맞는 GLP-1/GIP 수용체 작용제, 하루 한 번 먹는 약 형태의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을 후보물질로 갖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티르제파타이드)가 경쟁자다. 카못이 개발하는 비만치료제는 젭바운드와 비교해 약물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로슈 설명이다.

로슈는 이들 후보물질을 근육 감소증 치료 후보물질과 병용해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와 삭센다 등 GLP-1 제제는 식욕을 줄여서 체중은 빠르게 줄이지만, 근육도 함께 빠져나가게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GLP-1을 투여하면, 골밀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7월 근감소증 치료제를 보유한 버사니스바이오(Versanis Bio)를 인수하기도 했다.

로슈그룹의 토마스 쉬네커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은 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며 “카못의 심혈관 및 대사 질환 관련 파이프라인을 결합함으로써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슈는 지난해 전문의약품 매출 480억 달러(약 62조 7000억 원)를 기록한 세계 6위 제약사다. 진단기기 부문을 보유해 표적항암제 등 정밀의료에서 강점이 있다. 로슈는 최근 항암제 외에 안과·희귀·뇌·심혈관 질환 치료제 등으로 기존 항암제 중심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을 다각화하고 있다. 희귀질환치료제 에브리스디, 엔스프링, 안과질환 치료제 바비스모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