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불면증 치료앱을 국내 첫 디지털 의료기기로 허가하는 등 디지털 의료제품 활성화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섰지만, 이 앱을 의사 처방 없이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길은 국회에 발목을 잡혔다. 정부는 디지털 의료제품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치료기기를 넘어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건강기기’로 확대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해 왔는데, 총선에 정쟁까지 겹치면서 법안 통과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29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디지털 의료제품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추진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데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디지털 의료제품에 특화한 안전관리와 규제지원 방안을 담았다. 혁신 의료기기의 제품화를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 의료제품을 공산품처럼 다루는 ‘디지털 의료건강 지원기기’ 개념을 넣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를 받아야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면, 디지털 의료건강기기는 자율 신고를 통해 시장에 출시한 후 필요하면 사후 조치 등을 할 수 있게 규제를 최소화했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는 ‘하드웨어’인 의료기기 법 체계에서 관리되다보니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 초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은 불면증 치료앱 ‘솜즈(Somzz)’를 지금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쓸 수 있지만, 새로운 법이 통과되면 일반 사람들도 처방 없이 솜즈 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솜즈를 개발한 업체는 수면 모니터링 기기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디지털 건강기기’로 영역 확대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다음 달 안에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 디지털의료제품법안이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의료건강 기기는 내후년은 넘어야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정부 부처는 사실상 올 연말을 21대 국회 법안 처리 마감 시한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내달 내년도 예산안 심사만 마치면 ‘총선’ 모드로 전환될 것이란 얘기가 돈다.
국회 분위기는 벌써 뒤숭숭하다. 여기에 여야 갈등이 커지면서, 벌써 국회 법사위의 기능이 마비됐다. 법사위는 이달에만 2차례 열렸으나, 법안 처리 없이 20여 분 만에 산회했다. 이날 오전에도 법사위 전체 회의가 열렸지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파면으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20여 분 만에 산회했다.
김유미 식약처 차장은 “중점 법안 대부분이 산업계의 새로운 요구를 담은 것”이라며 “올해 안에 중점 법안을 최대한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