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뮤노반트 IR 자료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노반트(Immunovant)가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 원리를 가진 신약 후보물질인 ‘IMVT-1402′의 임상 1상에 성공했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작용 원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회사가 수출한 후보물질을 기반으로 나온 결과여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뮤노반트는 28일(현지 시각) 자가면역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IMVT-1402′의 임상 1상 600mg 다중용량상승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IMVT-1402는 국내 바이오기업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개발한 Fc수용체(FcRn)항체 신약 후보 물질(HL161ANS)로,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기대를 받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인체를 지키는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나 조직 등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질환으로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크론병, 원형탈모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질환만 80종에 이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017년 이뮤노반트 모회사 로이반트(Roivant Sciences)에 이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을 이전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이뮤노반트 주가는 이번 임상 1상 결과 발표로 전날보다 7.36% 오르며 36.01달러를 기록했다. 이뮤노반트 주가는 6개월 새 72.88% 뛰었다. 이뮤노반트 주가가 이처럼 들썩인 이유는 이번 임상 결과가 같은 작용 원리를 가지는 치료제 중에서 가장 우수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 1상 시험에서는 알부민 저하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인 ‘바토클리맙’만큼의 면역글로불린G(IgG) 감소 효능을 나타내느냐를 집중해서 검증했다.

IgG는 혈청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항체인데 지나치게 발현할 경우, 중추신경계 연관 감염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 IgG와 관련된 자가면역질환만 100종 이상이며, 이중 상당수 질환은 루푸스·류머티스 관절염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토클리맙의 경우 LDL-C 수치가 올라가는 문제가 나타나 개발이 중단됐다.

이번 임상 1상 시험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IMVT-1402′ 피하주사제를 300mg와 600mg 용량으로 투여하는 단회용량상승시험(SAD)과 이 두 용량을 주 1회 4주 간 반복 투여하며 적정 용량을 평가하는 다중용량상승시험(MAD)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600mg 다중용량상승시험에서 혈중 항체 감소 효과가 평균 74%로 나타났다. 또 개발이 중단된 후보물질인 고용량 바토클리맙(680mg)을 투약했을 때 나타난 혈중 항체 감소 효과(76%)와 비슷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났다.

앞서 지난 9월 진행된 단회용량상승시험과 다중용량상승시험에서는 300mg를 투약했을 때 알부민과 LDL-C 수치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바토클리맙과 유사한 수준의 항체 감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도 모든 용량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결과가 나왔다. 투약 후 발생한 이상 사례들도 가볍거나 중증도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하주사 투여 후 29일 시점에서도 LDL-C 증가와 알부민 수치 감소가 위약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뮤노반트 관계자는 “아제넥스가 개발 중인 ‘비브가르트SC’와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Janssen)의 ‘니포칼리맙IV’도 항FcRn 계열 약물인데 이들 약물보다 유효성, 안전성 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아제넥스는 면역 혈소판 감소증(ITP)의 비브가르트 피하주사(SC) 방식의 약물 임상 3상에서 위약보다 혈소판 수치 개선 효과가 낮게 나오면서 시험이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아직 실패 주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피하주사 용량 설정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아제넥스의 비브가르트가 SC 임상에 차질이 생기면서, 한올바이오파마와 이뮤노반트가 항FcRn 동종 계열 약물 가운데 유효성, 부작용, 환자의 투약 편의성까지 확보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약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이뮤노반트는 만에 하나 이번 임상 1상 결과에서 바토클리맙과 유사한 유효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 용량 결정 임상 2상 시험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1상 결과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그레브스병(GD), 류마티스관절염(RA)에 대한 임상 2상 없이도 임상 3상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트 샐즈만 이뮤노반트 최고경영자(CEO)는 “FcRn억제제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IgG 감소 효과를 일관되게 뒷받침하는 점점 더 많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IMVT-1402가 FcRn 억제제 계열 최고 경쟁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승원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도 “한올의 항-FcRn 항체에서 고무적인 임상 결과를 확보해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IMVT-1402가 전 세계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계열 내 최고 치료제로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TNF-α 억제제 계열 약물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가 있다. 애브비는 지난해 휴미라 판매로 매출 212억3700만달러(약 29조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학계는 휴미라가 사용되는 류마티스관절염을 포함한 10개 적응증 치료 과정에서 만에 하나 내성이 생길 경우 대안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FcRn 억제제의 개발에 성공하면 TNF-α 억제제가 통하지 않는 10조원 규모의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FcRn억제제

FcRn은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면역글로불린G(IgG)의 방어수용체로, 혈청 내 IgG 항체와 알부민(Albumin)의 소멸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 세포 표면에서 IgG 항체에 결합해 IgG 항체가 엔도솜에서 분해되기 전에 다시 세포 밖으로 이동시킨다. 즉 FcRn억제제(항체)는 FcRn에 결합해 FcRn의 역할을 억제해 IgG 항체의 분해를 촉진시켜 혈중 IgG농도를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이를 통해 IgG 항체가 유발하는 병원성 자가항체의 체내 축적과 혈액 외부 조직으로의 확산을 억제해 궁극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완화·치료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