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생명과학 충남 당진 공장의 수액 생산라인. /JW생명과학

올 겨울 독감(인플루엔자)과 폐렴 환자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수액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독감과 폐렴 유행으로 수액제 수요가 늘면서 JW생명과학(234080), HK이노엔(195940) 같은 수액제 회사들은 앞다퉈 증설한 공장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을부터 독감과 폐렴 등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데다, 감기 몸살과 독감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동네 병의원에서 비급여로 수액을 맞는 환자들도 많아졌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 9월 15일 질병관리청의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독감 등 호흡기 감염증에 따른 입원 환자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12일~18일(46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분율은 37.4명으로, 유행 기준(6.5명)의 5.7배에 달했다. 독감 유행 규모는 같은 기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호흡기 감염증으로 인한 입원 환자도 증가세다. 질병청의 바이러스성 급성 호흡기 감염증 입원환자 감시 결과 환자의 31.5%가,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증 입원환자 감시 결과 27.0%가 독감 환자로 나타났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도 확산 중이다. 지난 11월 3주차 세균성 입원환자 235명 중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으로 입원한 환자가 230명(97.9%)이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감염증은 발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데, 약 20일간 증상 발현이 이어진다.

10월 30일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독감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가을·겨울 수액제 매출이 전년보다 늘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었던 병원 입원 일수가 늘어나면서 수액제 수요가 늘었다”면서 “폐렴 등 유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입원 환자가 늘면 이에 따라 수액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수액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는 수액전문회사 JW생명과학의 3분기 실적을 보면, 기초수액제 매출은 지난 2분기 319억300만원에서 3분기 475억9000만원으로 약 49% 늘었다. 종합영양수액제(TPN) 매출액은 2분기 349억1800만원에서 527억1300만원으로 51% 증가했다. 기본 영양수액제 매출도 2분기 95억9200만원에서 3분기 135억8300만원으로 늘어, 이미 전년 연간 매출(124억3400만원) 수준을 넘었다.

JW생명과학의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약 153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5% 증가했다. JW그룹 내에서 수액 개발과 생산은 JW생명과학이, 국내 판매는 JW중외제약(001060)이, 해외 수출은 JW홀딩스(096760)가 담당하는 구조다.

국내 수액제 시장에서 JW생명과학 뒤를 대한약품(023910)HK이노엔(195940)이 쫓고 있는데 이 회사들의 수액제 매출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대한약품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1123억57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8.5% 늘었다. 지난해 1~3분기 수액제 매출은 1035억1200만원이었다. HK이노엔의 경우 수액제 3분기 매출액 32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6% 늘었다고 밝혔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매년 수액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안팎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각 회사는 생산 시설을 늘리는 한편, 기존 수액제보다 성분을 강화한 종합영양수액제 신제품을 강화하는 추세다. 여기엔 수액제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시각이 깔려 있다.

JW생명과학의 경우 신제품 4세대 종합영양수액제 ‘위너프에이플러스주’와 ‘위너프에이플러스페리주’를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이 회사는 종합영양수액제 생산설비 ‘TPN 3라인’을 구축해 작년 10월부터 가동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TPN 3라인을 가동하면서 JW생명과학의 종합영양수액제 최대 생산량은 기존 1020만개에서 1400만개로 37% 증가했다”고 말했다.

HK이노엔도 종합영양수액제 브랜드인 ‘오마프원 시리즈’ 신제품을 올해 안에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하고, 내년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25년 수액제 최대 매출 18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오송 신공장 본가동에 들어간 한편, 저용량 제품, 종합영양수액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초수액은 건강보험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건강보험 급여로 원가를 보전하는 수준이라 수익성이 낮다 보니 보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비급여 제품인 영양수액제·종합영양수액제(TPN)제품군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수액제 수요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수액제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종합영양수액제가 ‘영양 보충’이라는 보조 개념에서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 치료제로서 역할이 진화했다”면서 “수액제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액은 정맥을 통해 직접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빨리 느낀다.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용하는 수액은 주로 기초수액제 또는 영양수액제다. 기초수액제에는 수분과 칼슘·나트륨·칼륨 등 필수 전해질, 포도당이 들어 있다. 영양수액은 고농도의 당 수액과 아미노산, 지질 수액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