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009290)에 이어 대웅제약(069620)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으면서 제약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가 밝힌 대웅제약 조사 배경이 ‘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인데, 최근 10년 동안 계열사를 세워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같은 사업을 맡기고 덩치를 키운 제약회사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조사가 대웅제약 외에 다른 제약사들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계열사 내부거래 단속은 대기업집단을 위주로 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광동제약, 대웅제약, 오뚜기 등 중견 기업으로까지 단속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인 부의 이전과 부실 계열사 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중견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 모니터링에서 다수 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내부거래 감시를 예고한 중견기업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5조 원 미만인 기업집단이다.
대웅제약이 포함된 제약 분야는 중견기업 비중이 크다. 주요 제약사들은 그동안 공정위의 상시 감시 대상이 아니어서, 내·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늘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10년 새 제약사들이 세운 건기식 등 비제약 부문 계열사들의 우후죽순 늘었고 그 덩치도 커졌다. 비제약 계열사 매출이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광동제약은 ‘창업주 2세’ 최성원 부회장이 2013년 취임한 이후 본업인 제약보다 부업인 식음료에 집중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경옥고,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 한약재 일반의약품으로 성장했지만 2001년 출시한 비타500을 시작으로 옥수수수염차, 삼다수로 식음료에서 주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광동제약은 최근 미국 협동조합 썬키스트 그로워스와 한국 사업 라이선스 계약을 따냈다.
대웅의 비상장 자회사인 대웅바이오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대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웅바이오는 당초 원료의약품 사업을 하려고 출범했으나, 완제의약품, 건기식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연 매출 4684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웅의 최대 주주는 윤재승 회장이고, 대웅제약 지분은 대웅이 49.94%를 갖고 있다.
유산균 제품인 ‘락토핏’이 인기를 끌면서 종근당 건기식 관계사인 종근당건강은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녹십자의 영양 주사제와 건기식을 주력 담당하는 녹십자웰빙의 작년 연 매출은 1097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유한양행의 건기식 계열사인 유한건강생활의 매출은 작년 510억 원을 기록했고, 일동홀딩스의 건기식 계열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 매출은 작년 207억 원을 기록하며 200억을 넘어섰다.
업계의 우려대로 공정위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가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 지주사 건기식 계열사는 ‘제약사’ 특유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건기식 마케팅을 하고, 정작 주요한 업무는 본사에서 처리하는 식으로 매출을 늘린 것으로 안다”며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뿐만 아니라 시장지배력이 높은 중견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엄정히 법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중견기업 집단의 사업은 제약·의류·식음료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