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브릿지바이오 제공

국내 바이오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1만3000원대이던 주가는 현재 3500원대로 떨어졌다. 일부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을 중단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최근 4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후보물질 ‘BBT-207′ 임상에 착수하면서 반등에 나설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11월 17일 기준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1만3000원을 찍었으나, 2일 기준 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무려 72% 이상 하락했다.

1년 주가 수익률로 보더라도 -63.6%에 달한다. 영업 손실폭도 확대됐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이 회사의 매출액은 30억원, 당기순손실 417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은 435억원으로 2021년 264억원과 기교해 손실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이 회사는 경상연구개발비로 321억원을 썼다.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바이오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영업손실 규모가 커진 것을 둔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바이오기업은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과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영업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브릿지바이오는 3년 후인 2026년부터는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까지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을 마무리하고 2026년부터는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와 주주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회사 측 설명과 달리 성장 단계에서 주요 신약개발 연구과제 임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이라는 기업 활동은 기대심리를 자극해 주가가 오르는 특성을 가지지만 현재 그 기대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주주들은 “블랙홀 주식이냐”, “회사가 망했냐” 등 원성을 높이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자금난을 겪으면서 최근 주요 R&D 과제인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인 ‘BBT-176′과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도 “효율적인 기업 경영 차원에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 및 집행해 보다 빠른 R&D 성과를 선보이기 위해 과제의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들에게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가 과제를 중단한 배경에는 현재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경쟁력을 잃은 것도 한몫 했다. 브릿지바이오는 BBT-176 후보물질을 임상 1a상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폐암 신약 강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유한양행(000100)이 얀센에 수출한 렉라자를 활용한 병용요법이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브릿지바이오 후보물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기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4세대 폐암 표적치료제인 BBT-207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BBT-207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 치료 이후 내성이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막는 억제제로 개발되는 물질이다.

회사 측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후보물질 ‘BBT-207′의 임상시험 1상과 2상의 첫 환자 투약을 진행했다. 이번 임상은 3세대 EGFR 저해제 중 하나 이상을 써서 치료한 뒤에도 질병이 진행된 한국과 미국의 폐암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브릿지바이오는 앞서 지난 2019년 BBT-877 후보물질을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에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일이 있다. 하지만 잠재적 독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베링거인겔하임이 2020년 11월 권리를 반환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신약개발에서 시장에 불신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라면서 “글로벌 대형 제약사보다 R&D 자금이나 연구 인력에 한계가 있지만, 노력한만큼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있다는 점을 토대로 일단 믿고 지켜봐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