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4조원 규모의 항체치료제 '악템라.' /로슈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블록버스터 항체치료제 ‘악템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이르면 내년에 열린다.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는 체내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식스(IL-6)와 그 수용체의 결합을 방해는 원리의 치료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0년 류마티즘성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을 한 이후 적응증을 확대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중증 이상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 대상이 확대됐다. 지난해 로슈가 악템라로 전 세계에서 거둔 매출액은 약 4조원에 이른다.

30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악템라의 물질 특허는 2015년 말 미국에서, 2017년 유럽에서 각각 만료됐다. 지금은 제형 특허가 일부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허 만료 시기와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현황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쯤 악템라의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셀트리온(068270)과 바이오젠 등 주요 기업들이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악템라 바이오시밀러로 개발한 ‘CT-P47′의 임상 3상 결과를 이르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주요 학회를 통해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임상 탑라인(임상시험에서 목표로 한 핵심지표)에서 좋은 결과가 확보됐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부터 유럽 지역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악템라와 유효성, 안전성, 약동학, 면역원성 등을 비교 연구하는 글로벌 3상을 진행했다.

셀트리온은 ‘CT-P47′을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제형으로 모두 개발할 계획인데, 로슈 측이 제기한 피하주사 제형에 관한 특허 분쟁에 대해 최근 미국 특허심판원이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요 걸림돌은 해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으로선 CT-P47을 출시하면 앞서 출시한 램시마, 유플라이마와 함께 류마티즘 관절염을 비롯한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을 확대·구축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바이오젠도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든 주요 주자다. 이 회사는 최근 로슈와의 악템라 관련 특허 분쟁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슈가 바이오젠의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BIIN800′의 작용기전이 로슈가 가진 특허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는데, 이번 합의로 주요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위해 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중국 바이오테라로부터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후보 ‘BAT1806′을 도입해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기도 했다.

독일 프레지니우스 카비, 헝가리 게데온 리히터와 독일 헬름사 등이 악템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반면 환자 입장에서는 2024년에는 악템라 바이오시밀러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약가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의 급여 등재 시 오리지널 약가는 30%가량 인하되고, 바이오시밀러는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바이오시밀러가 경쟁적으로 출시되면 로슈로선 이번에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이 회사의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아바스틴, 허셉틴, 리툭산 등 3개 제품이 2019년부터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직면하면서 매출이 급갑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암 치료제 시장만큼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1530억달러(약 20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