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용 당뇨·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싱가포르 바이오 기업의 심혈관·신장 질환 치료후보물질을 약 1조원에 인수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싱가포르 파이오텍 KBP 바이오사이언스(KBP Biosciences)와 이 회사의 고혈압 치료 후보물질 '오세두레논(ocedurenone, KBP-5074)'을 최대 13억달러(약 1조7615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6일(현지 시각) 밝혔다.
오세두레논은 경구 투여하는 저분자 3세대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nsMRA)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미네랄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현재 시판 중인 유사 약물에 비해 반감기가 길고 미네랄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대한 친화력이 더 강해 같은 계열 다른 약물보다 우수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기대다.
현재까지 오세두레논에 대한 총 9건의 임상 시험이 진행됐다. 2b상 임상에서 오세두레논은 만성 신장병과 두 가지 이상의 혈압 강하제 투여에도 혈압이 잘 안 내려가는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임상을 통해 기저치부터 84일째까지 수축기 혈압(SBP)이 유의하게 개선돼 1차 평가변수가 충족됐다. 오세두레논 투여로 인한 중증 고칼륨혈증이나 급성 신장 손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과 진행성 만성 콩팥병(CKD)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2021년 말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50개 이상 시험기관에서 600명 이상의 환자를 무작위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1차 예상 완료일은 내년 9월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다른 심혈관, 신장 질환에 대한 3상 임상 시험을 진행해 추가 적응증을 확보할 계획이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과 심부전, 만성 콩팥병, 조기 사망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이 회사가 심혈관 질환 후보물질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0년 미국 심·대사계 질환 치료 및 연구 개발 기업 코비디아 테라퓨틱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의 질티베키맙은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인터루킨(IL)-6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로, 현재 심부전 치료에 대한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마틴 홀스트 랑게(Martin Holst Lange) 노보 노디스크 부사장 겸 개발 책임자는 "오세두레논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치료 혁신 신약(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심혈관 질환 및 만성 콩팥병 환자의 주요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버전 '위고비' 등으로 거둔 자본으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월에도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덴마크 '엠바크(Embark Biotech)'와 캐나다 '인버사고 파마((Inversago Pharma)' 등 바이오텍 2곳을 인수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30% 증가한 156억달러(약 21조1614억원)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 늘어 71억달러(약 9조6311억원)를 기록했다. 오젬픽, 위고비는 제2형 당뇨병 및 체중 감소를 위해 처방되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ide)를 주 1회 주사하는 약물로 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4배 이상 올라 지난 달 4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프랑스 명품 대기업 LVMH를 제치며 유럽 시가총액 상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