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제약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앞서 개발한 삭센다에 이어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연이어 히트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마운자로도 체중 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며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 비만 치료제에 대한 연구에서 일부 부작용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위장 질환과 근육 손실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일부 사례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의학계에 따르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 기반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 사례가 최근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 덕분에 비만 치료제로도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GLP-1 중 하나인 세마글루티드는 2017년 FDA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요 성분으로 승인했다. 또 다른 GLP-1인 티르제파티드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로 승인 받은 성분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미국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이달 5일 발표했다. GLP-1기반 비만 치료제와 그 외 제품을 처방 받은 이들의 췌장염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사람들에서 췌장염이 4.6배 가량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GLP-1은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장으로 이동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는 위 마비의 발병률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GLP-1이 췌장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는 이미 임상시험에서도 알려졌으나 실제로 승인 이후 통계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만 치료제를 출시한 제약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은 근육량 감소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체중 감량 중 근육량을 유지하는 약물인 ‘비마그루맙’을 개발하는 회사 베르사니스를 인수했을 정도다. 일라이 릴리는 비마그루맙을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하는 방식으로 근육량 감소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대니얼 드러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우리는 비만이면서도 골격근량이 낮은 근육감소성 비만인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의학계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 연구진은 이달 3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유럽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에서 티르제파티드 처방 환자들의 근육량 변화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게서는 근육 내에 있는 지방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순수 근육량의 감소는 체중 감소 효과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의학계에서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처방 받을 때는 식단 관리, 운동, 영양제를 함께 사용해 부작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들 약물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비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체중이 정상 범위에 속한 사람들도 처방 받는 만큼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드러커 교수는 “비만인 사람과 정상 체중인 사람들 사이에는 큰 데이터 격차가 존재 한다”며 “부작용의 종류와 강도가 비슷한 수준인지는 앞으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