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위고비·리벨서스·삭센다’ 등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시장에서 비만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약물들이 위장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야르 에트미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모히트 소디 연구원(박사과정)은 6일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 리서치 레터를 통해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와 췌장염·장폐색·위무력증 등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에 작용하는 약물로,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위고비·리벨서스(세마글루티드)와 삭센다(리라글루티드)의 성분이다.
연구팀은 2006~2020년 미국에서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를 처방받은 1600만명의 건강보험 청구 기록을 통해 이들 약물과 췌장염·장폐색·위 무력증 간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비만치료제 ‘부프로피온-날트렉손’(콘트라브) 사용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 사용자들은 콘트라브 사용자에 비해 심한 복통을 유발하고 경우에 따라 입원·수술이 필요한 췌장염 위험이 9.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식물이 소장·대장을 통과하지 못해 경련,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구토 등을 일으키는 장폐색 위험은 4.22배 높았고,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해해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이 나타나는 위 무력증 위험은 3.67배 높았다.
이는 GLP-1 작용제를 사용한 비당뇨병 환자의 위장관 부작용에 대한 첫 대규모 연구 결과다. 체중 감량을 위해 이들 약물을 사용한 일부 환자가 위 무력증과 메스꺼움, 구토 등을 보고한 적이 있지만 이들 약물과 위장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대규모 역학 연구 데이터는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소디 연구원은 “광범위한 사용을 고려할 때 체중 감량을 위해 이런 약물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들 약물의 부작용은 환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라며 “규제기관과 제약사들이 현재 제품의 경고 표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위 마비 등 위장질환 위험을 경고에 추가하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