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姜信浩·96)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이 3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192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50년대 독일 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1959년 독일 유학을 마친 후 선친인 강중희 회장이 창업한 동아제약에 입사해 2016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60여 년 동안 우수한 의약품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제품에 대한 열정과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방법은 없는지 끊임없이 연구하는 경영자로 유명했다. 동아제약의 ‘간판 상품’인 ‘박카스’와 동아오츠카의 대표 상품 ‘오란씨’를 블록버스터로 육성하고, 국내 첫 발기부전 치료 신약 ‘자이데나’를 개발해 성공시킨 것이 강 명예회장이다.
그리스 신화의 술과 추수의 신(神)인 ‘박카스’는 강 회장이 독일 함부르크 시청 앞 박카스 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국민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술과 과로에 시달리던 시기에 출시하는 자양강장제 이름에 ‘술로부터 간장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진 ‘박카스’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자이데나’는 ‘연인의 해결사’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비롯된 ‘우아한’ 이름이지만, 많은 남성들은 ‘잘 되나?’를 변형시킨 말로 기억한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통한다. 동아제약에서 박카스에 이어 매출 2위인 위염치료제 ‘스티렌’도 강 회장이 ‘고요하다’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철학을 가진 고인은 한국 제약산업의 산증인이자, 산업을 이끈 별로 통한다. 1975년 동아제약 대표, 1981년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1977년 제약 업계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발족하고, 1980년 업계 최초로 전문연수원 건립하는 등 개혁에 앞장섰다.
그는 1987년 한국제약협회장, 1992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 은탑산업훈장(모범상공인), 1994년 국민훈장 모란장(국민 보건 향상 기여), 2002년 국가과학기술 창조장(과학기술 발전기여) 등을 받았다.
고인은 사회공헌에도 힘썼다. 그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을 때 회원사의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전경련 1% 클럽`을 발족시켰다. 유족으로는 자녀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문석, 우석, 인경, 영록, 윤경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0월 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대현리 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