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의료기기 기업 ‘만드로’는 최근 손이나 팔을 잃은 장애인을 위한 저렴하고 가벼운 전동 의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절단장애인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고로 손이나 팔을 잃고 장애를 겪는 사람은 14만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동의수는 한쪽에만 3500만원~1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의수 중에서 미관용 의수는 9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실제 손처럼 작동하는 전자 의수는 1% 머물고 있다. 전동의수 보급률도 0.1%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만드로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근전전동의수(전자의수)를 위한 구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절단 부위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신호인 ‘근전도’를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전동의수다.
특히 손가락이 일부 절단된 장애는 절단 장애 중 84%를 차지하지만 국내에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재현한 의수는 거의 없었다. 만드로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인 기술을 자체 개발해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다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기존의 손가락 의수 역시 구입할 수 있더라도 가격이 2000만원~1억원으로 높아 부담이 크지만 가격도 20분의 1까지 낮췄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부천 만드로 본사에서 만난 이상호 대표는 고성능 전동 의수의 가격을 낮춘 비결로 ‘기술의 국산화’를 꼽았다. 손가락의 관절처럼 움직일 10㎜크기의 초소형 모터를 비롯해 감속기와 컨트롤러의 구동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이 대표는 “주로 의수에 사용하는 해외 회사의 모터는 하나에 30만~50만원인데 직접 개발한 모터를 사용해 단가를 낮췄다”며 “손가락 일부를 대체하는 부분성 절단 장애인용 제품은 수천만원에 달하지만, 만드로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수의 무게 역시 기존보다 3분의 2에서 절반까지 가벼워졌다. 몸에 직접 닿는 부분은 부드럽고 가벼운 재질로 만들고 뼈대는 금속과 비슷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손가락 하나를 대체하는 의수의 무게는 200g 정도다.
이 대표는 의수의 또 다른 특징으로 “직접 설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정해 3D 프린팅하면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만드로는 의수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모듈화’했다. 마치 레고 조각처럼 의수를 부분별로 나눠 조각조각 만든 뒤 재조립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악력이나 속도, 길이에 따라 설계를 수정하기 쉽다. 절단 장애의 대응 범위에 맞춰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의수를 만들 수도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손가락 의수로 물이 가득 찬 물병을 집어 올리는 모습을 시연했다. 의수가 나머지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해 따라하기 때문에 별도의 스위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성능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만드로의 의수는 잡기 동작은 1초 만에 할 수 있고, 악력은 2kg에 달한다. 원래 손가락 의수를 굽혔다 펴는 실험을 10만 회까지 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30만 회로 초과 달성했다. 만드로는 현재 의수로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국내 전동의수 시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 대표는 “절단 장애인의 숫자가 그 나라의 시장 규모인데 국내 시장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의 장애인 보장 기준 수가에 전자의수가 포함되면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만드로는 비교적 국내 시장보다 큰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해외 의수 시장은 국내 시장의 200배”라며 “미국만 봐도 당뇨병 인구가 많아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절단 환자도 많고, 제조나 생산업 비중이 높은 베트남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내전이 잦은 중동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만드로는 이전에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중동에 의수 기증을 하고 2018년에는 중동 사무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의수는 대면으로 할 수밖에 없어 코로나의 영향으로 폐업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여파가 사그라든 만큼 올해 말부터 여러 전시회에 나가고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을 통해 발표회 등으로 성과를 홍보해 다시 해외에 진출할 생각이다”라며 “인체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이 활성화되면 로봇과 비슷한 의수 시장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상호 만드로 대표 “3D 프린팅을 취미로 하다 창업, 해외 따라잡을 것”
-의수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회사에 다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 3D 프린팅을 하면 에너지를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네이버의 한 3D 프린팅 커뮤니티에서 결정적인 계기를 만났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나와 동갑인데 양손을 잃은 사람의 사연을 보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의수 제작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2015년 1월에 재능 기부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뜻깊은 일을 하려면 잘 만들어야 하는데, 재능 기부로는 해외의 고성능 의수를 따라잡을 수 없어 사업화하게 됐다. 만드로는 무엇을 ‘만든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 만드로에서 개발한 의수가 저렴하고 가볍다 보니 성능이나 내구성이 어떤지 궁금하다.
“실제로 만난 사람 중 일부는 내구성에 대해 질문한다. 현재는 성능과 내구성, 신뢰성 등을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단계다. 서정훈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부원장과 함께 아래팔과 부분 손 절단 장애인 10인을 대상으로 사용성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동 의수는 5년이고 10년이고 오래 쓸 것이 아니라 2~3년마다 교체 주기를 짧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처럼 자주 바꿔줘야 한다. 망가지거나 대체 주기가 다가오면 최신 기술로 만든 새 버전으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만드로 의수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 만든 의수를 고객이 착용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오히려 연구개발 과정 중에 고충은 없었나.
“고객들이 의수를 잘 사용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지만, 생각대로 개발했는데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마다 근육의 위치도 다르고 착용했을 때 압박의 정도도 다른 만큼 의수라는 것은 고객 한 사람을 만족시켜야지만 제품에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종의 미용실처럼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국내 의수 시장은 규모가 작아 노하우를 주고받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그래도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에서 과제 평가와 연구자문의 형태로 제3자의 시선에서 검토 의견을 줘 개선이 가능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개발 중인 것을 잘 완성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국내 절단 장애인들이 전동 의수를 맘껏 쓸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잘 되면 진짜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최근엔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전자의수인 ‘마크(Mark) 7′을 개발했다. 이처럼 활용 분야를 넓혀 로봇 마네킹을 만들거나 택배, 배달용 로봇, 야간 근무를 서는 로봇 등을 사업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