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바이오기업들이 미래먹거리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그룹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SK팜테코가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영국 바이오기업도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인수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SK팜테코는 20일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업체 CBM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CBM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 ‘셀리콘밸리’에 6만5000㎡(1만9662평) 규모의 CGT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는 2만8000㎡가 지어져 인체에 치료용 유전자를 주입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바이럴벡터를 생산 중이다.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 현지에 있는 기업을 사들여 세포·유전자치료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월 CBM에 4200억원을 투자하고 최근 콜옵션을 행사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2021년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업체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SK팜테코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해외 현지 기업의 시설과 경영진을 확보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바이오업계에서 유망한 미래 신약으로 꼽힌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리보핵산(RNA) 치료제 등의 종류가 있다. 환자의 증상에 맞춰 세포를 배양하거나 조작하고,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해 관련 작용을 억제·증폭한다. 바이오업계는 세포·유전자치료제로 기존 항체의약품보다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유전병 같은 난치성 질환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94억6000만 달러(12조6800억원)에서 2027년엔 417억7000만 달러(5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44.1%에 달한다.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4배 정도 불어나는 셈이다.
SK팜테코가 CBM을 인수한 같은 날, 해외에서는 영국의 바이오기업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Oxford Biomedica)가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ABL 유럽’을 1600만 달러(214억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ABL 유럽은 6개의 서로 다른 질병군에 대해 10개 이상의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는 세포·유전자치료제에 말 그대로 ‘올인’했다.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310만 파운드(711억7620만원)로, 전년(6400만 파운드)보다 33% 감소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악화해 직원 200명을 해고하면서도,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술 확보를 위해 ABL 유럽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국내외 제약사가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의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와 척수성 근육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를 출시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도 미국과 유럽에서 혈액암 2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CAR-T 세포치료제 브레얀지를 개발했다. 한국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인천 송도 5공장에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생산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097950)은 네덜란드 기업 바타비아를, GC셀은 미국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바이오 분야 종사자는 아무도 없다”며 “미래먹거리로 떠오른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바이오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