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원래 감기약을 비축하는 시기입니다. 근데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코로나19도 안 끝나고 독감 지수가 높아서 비수기와 성수기가 따로 없어요. 직원들이 필수의약품 대란을 막기 위해 합심해서 모두 뛰어들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10시 찾은 충북 진천군 대원제약 공장은 감기약 생산을 위해 말 그대로 ‘풀가동’ 중이었다. 진천공장은 짜 먹는 포 형태의 내용액제 의약품의 생산기지로, 대원제약의 대표적인 종합감기약 콜대원·코대원 시리즈 외에도 위장약 트리겔과 지사제 포타겔을 만든다. 하지만 현재는 총 6개의 모든 생산공정이 오로지 호흡기 의약품만 생산하고 있다.
진천공장이 바삐 돌아가는 건 환절기를 앞두고 감기약이나 진해거담제 같은 필수의약품 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약사회가 회원 492명을 조사한 결과, 99.4%(489명)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맘카페에선 감기약이 없어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돌았다는 경험담이 나온다. 곧 독감 시즌이 찾아오는 만큼 필수의약품 확보가 필수라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직원들은 기꺼이 철야 작업에 참여했다. 여름철은 제약업계에서 감기약 생산 ‘비수기’로 통해 비축분을 쌓아둬야 하는 시기지만, 출하물량을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전체 공장 직원이 발 벗고 나섰다. 1·2·3번 공정은 전문의약품(ETC)으로 쓰이는 감기약, 4번은 해열제 콜대원 파인큐, 5번은 콜대원 키즈, 6번은 진해거담제 프리비투스를 생산한다. 1·2·3번은 밤 12시 철야 작업으로, 4·5·6번은 2교대 시스템으로 가동된다.
백승영 제조지원팀 팀장은 “올해는 비축분을 포함해 출하 물량를 맞추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원들 동의하에 철야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대부분 동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절기를 앞두고 감기약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모두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원제약 진천공장은 작업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생산량이 다른 공장보다 많이 늘어난다. 총 800억원을 들여 조제부터 충전, 포장, 물류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수처리 과정을 거친 정제수는 약물 성분과 섞여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파이프를 타고 충전실로 간다. 충전실의 내용액제는 곧바로 생산장비를 통해 포장된다.
실제로 둘러본 진천공장 생산동은 사람보다는 장비가 분주한 모습이다. 42t의 내용액제를 동시에 제조해 하루 235만2000포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는 철야 작업과 2교대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시간을 늘려 하루 285만6000포를 만든다. 1분당 2000포의 감기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완제품은 자동 운반 로봇(AGV)으로 창고로 옮겨진다. AGV는 바닥에 깔린 마그네틱 선을 인식해 움직이고, 센서를 이용해 주변 사물을 피해 다닌다. 창고에는 자동창고관리시스템(WMS)이 적용돼 로봇이 알아서 지정된 출하 물품을 옮겨준다. 자동화 창고는 총 42m로, 6500셀(물품이 쌓인 파레트를 세는 단위) 규모의 물량을 보관할 수 있다.
자동화 공장이다 보니 적은 인원으로 많은 물량을 관리하기 편하다. 진천공장의 직원은 80명으로, 자동화가 덜 된 경기 화성시 향남공장 직원 260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원제약은 현재 5500평 규모의 진천공장을 증설해 정제와 캡슐 같은 내용고형제를 생산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백 팀장은 “자동화 시스템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만 오류가 날 정도로 안정화된 상태”라며 “추후 고형제 의약품을 생산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증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새로운 사업이나 새로운 제형을 위한 건축 부지를 확보해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