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31일 오후 12시 20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31일 “미국에서는 매일 20명 이상의 환자가 사망하고 있는 만큼 이종장기이식 기술은 이식 장기 부족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이식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옵티팜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이종장기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이종장기 이식은 1964년 미국 의료진이 침팬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영장류가 아닌 새끼를 많이 낳는 돼지로 원료 동물이 변화했다. 최근엔 미국 뉴욕대 의대 연구팀이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해 32일째 정상 기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종장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식할 장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446명에 이른다. 반면 지난해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405명으로,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평균 시간은 5년 4개월에 이른다.

이종장기를 상용화되기 위해선 면역 거부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해 형질을 사람과 유사하게 만드는 게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옴티팜은 2017년부터 형질 전환 연구를 진행해 4개의 유전자 조작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유전자 1개만 조작한 돼지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는 평균 28일 생존하지만, 유전자 4개를 조작한 돼지 신장의 평균 생존 기간은 149일로 나타났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유전자 4개를 조작한 형질 전환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가 가장 낮았다”며 “세포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 혈액하고 결합했을 때 사람 세포와 비슷한 수준의 세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옵티팜은 지난해부터 형질 전환 돼지를 이용한 이종혈액도 개발 중이다. 혈액형은 적혈구에 붙어있는 당단백질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데, 형질 전환 돼지의 혈액이 O형 혈액과 비슷한 당단백질 구조를 보였다. 국내 혈액 수급량이 하루치 미만인 ‘심각’에 달하는 만큼 내년 4분기에는 이종혈액을 위한 형질 전환 돼지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형질 전환 돼지 혈액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 간에도 피가 섞이면 용혈이 일어날 수 있다”며 “오히려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피를 모든 혈액형이 섞었을 때 적혈구가 파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돼지 혈액이 잘못된 혈액형의 수혈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