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국내 백신 생산 ‘전초기지’인 경북 안동L하우스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1위 자리 탈환을 준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면서 2년 동안 중단한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의 생산을 재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질병관리청이 올 겨울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을 위해 공고한 백신 1121만회분 가운데 242만회분을 따내며 가장 많은 물량 납품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백신 지원 사업을 통해 포함해 민간병원까지 올해 공급 물량은 500만회분에 이른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에서 3시간 이상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경북 안동L하우스. L하우스는 빛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Light’의 알파벳 L에서 따왔다. 모회사인 SK케미칼의 청주 S(Salt)하우스와 함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L하우스는 6만2626㎡ 부지 내 여러 종류 백신을 생산하는 생산동과 동물실험실을 할 수 있는 별도 시설로 구성한다.
이날 L하우스는 23일부터 출하를 시작해 10월까지 진행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독감 백신 생산을 위한 초기 세포 배양 단계부터 마무리 단계인 제품 포장까지 걸리는 기간은 37~40일이다. 출하 시점을 고려하면 지난 7월부터 독감 백신 생산 작업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SK바이오사언스는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에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재개한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국내 독감 백신 공급 1위를 차지했지만,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생산 집중을 위해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했다. 이날 언론을 대상으로 생산 과정을 공개한 것은 생산 재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장현진 SK바이오사이언스 원액생산실 PL(프로젝트리더)은 “독감 백신 생산은 1mL 세포를 2000mL까지 배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3년 동안 생산하지 않아 걱정도 했지만, 문제없이 세포 배양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세포 배양을 마친 원액은 총 4개 종류다. 인플루엔자 A형 2종, B형 2종을 포함한 총 4종의 바이러스를 대항하기 위한 4가 백신이라서다. 각 원액을 하나의 실린지(주사기)에 담는 과정부터 본격적인 포장 작업을 시작한다.
포장 작업은 사실상 무인화로 진행한다. 속이 빈 실린지를 기계에 넣으면 실린지별로 원액이 담긴다. 이 과정에서 실린지 외관불량이 의심되거나, 내부에 불필요한 물질이 들어간 경우를 구별한다. 이는 불량품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통상 10개 중 1개가 불량 ‘의심’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사람이 다시 검수를 진행한다. 독감 백신 전체 불량률 사례로 따지면 10개 중 0.1개에 불과하다.
깐깐한 검수를 통과한 독감 백신은 의료 현장으로 투입되기 위해 옷을 입는 과정을 거친다. 용기 내부 포장부터 제조번호를 받은 뒤에야 포장지에 담길 수 있다. 체중 검사도 거쳐야 한다. 독감 백신 평균치 무게로 잡은 기준치에서 오차 범위는 2g이다. 포장지별로 미세한 무게 치아와 백신 내 충전량을 고려한 수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하루 평균 생산하는 독감 백신은 15만도즈(유리병)다. 1개 박스 내 10개 도즈로 구성하니 1만5000박스 분량이다. 시간당 최대 생산량은 1만8000도즈라고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년 만에 재개한 독감 백신을 국내를 비롯해 해외 각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몽골을 포함한 10개국에서 이미 허가를 받았고, 추가로 10개 국가에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공장장은 “스카이셀플루는 고도화한 백신 기술력의 결정체로 시장 복귀로 국내 독감 백신 선택권을 넓히고, 세계 시장에 백신 경쟁력을 다시 입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