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이 지난 7월 중국 장춘시 중급법원에 '알짜회사'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 합자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수익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 합작사와 합의로 법인 청산이 이뤄지지 않자 법정 공방에 나선 것이다. 통화일양은 자양강장제 원비디 판매로 매년 실적 성장을 이어 왔다. 사진은 원비디 초기 사진. /일양약품

국내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원가 절감과 분업 차원에서 시도했던 합작법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수익 배분이 지분율에 따라 이뤄지지 않거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합작을 청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007570)은 지난달 중국 장춘시 중급법원에 중국법인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 합자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일양약품이 올해 5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법인 청산 안건을 의결했지만, 중국 계약 당사자와 합의 청산이 불발된 데 따른 것이다.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는 일양약품이 중국 통화시와 지난 1996년 설립한 합자기업이다. 일양약품이 지분 45.9%, 오너가인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19.4%, 통화시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통화일양의 작년 매출은 404억원으로 국내 중소제약사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190억원이어서 알짜 법인으로 통한다. 일양약품의 다른 중국 합자법인인 양주일양의 영업이익률은 7.24%에 그친다.

일양약품이 소송을 하면서까지 통화일양 청산에 나선 것은 수익 배분 문제 때문이다. 앞서 일양약품 이사회는 올해 1월 관련 미분배 이익금 민사소송 제기 안건을 통과시켰다. 중국 현지에서 일양약품이 보유한 지분만큼 수익을 제대로 나눠주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통화일양은 일양약품에 관련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산 소송 결과에 따라 일양약품이 최대 1000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 기준 통화일양의 총 자산은 559억원이고 작년 매출 404억원을 더하면 963억원이다. 일양약품은 올해 재무제표부터 통화일양 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자리 잡은 ‘원디비’ 사업을 통째로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통화일양의 실적은 자양강장제 인삼드링크인 원비디가 이끌고 있다. 원비디는 1997년 국내 제품으로 처음 중국 보건의약품으로 현지 당국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중국에서 연간 3억병 이상 팔리는 스테디 셀러로 통한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제품 지명도가 코카콜라와 비교될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이다.

일양약품은 법인 청산과 별개로 원비디 중국 판매를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지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중국 법인이 다른 이름으로 원비디를 제조해 기존 영업망으로 판매하면 원비디를 통째로 넘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청산과 별개로 원비디 판매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해외사업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줄줄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비타민C 분말 제품인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은 2017년 중국 진출 이후 해마다 적자를 내다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자 2021년 법인을 청산했다. 광동제약도 2019년 수익성이 나빠지자 중국 법인 한 곳을 철수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체결하면서 현지 법인 청산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 때 난관을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지 사정에 정통한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