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실 관련 사진./뉴스1

도시화가 많이 진척된 지역일수록 감염병 유행을 막기 위한 휴교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대대적인 휴교령을 선포했던 것과 대치되는 결론이다.

하오 레이(Hao Lei) 중국 저장대 의대 교수는 1일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최한 ‘과학적 근거 기반 팬더믹 대비·대응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도시화가 인플루엔자 유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는 아동이 사회적 접촉이 많고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는 이유로 인플루엔자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휴교가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반적인 전략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하지만 2008년 홍콩에서 휴교가 인플루엔자 전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휴교의 감염병 예방 효과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2010~2019년 중국 내 인플루엔자 데이터를 활용해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저장, 장쑤, 안후이, 허베이 총 일곱 개의 지역의 인플루엔자 전염 양상을 분석했다. 도시화율은 상하이(88.1%)와 베이징(86.5%), 톈진(83.2%)이 높은 편이고, 저장(68.9%)과 장쑤(69.6%), 허베이(56.4%), 안후이(54.7%)는 낮았다.

하오 레이(Hao Lei) 중국 저장대 의대 교수는 1일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최한 ‘과학적 근거 기반 팬더믹 대비·대응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겨울방학 기간 계절성 인플루엔자 전염 감소는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지역일수록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상하이는 겨울방학 동안 인플루엔자 전염이 3.9%, 베이징은 5.2%, 톈진은 4.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도시화율이 낮은 허베이는 14.6%나 인플루엔자 감염이 줄었다. 저장과 장쑤, 안후이는 각각 9.6%, 7.3%, 8.2%씩 감염률이 감소했다.

하오 교수는 도시화에 따라 지역의 아동 비중이 줄어들고 성인층의 사회적 접촉이 많아지면서 학교보다는 지역사회의 인플루엔자 전염 기여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도시화로 가구 크기도 줄어들어 가정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옮겨질 가능성도 작아졌다. 연구 결과는 공공보건 정책에도 반영돼 상하이의 경우 휴교령을 내리지 않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졌다.

하오 교수는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도시화가 고도화된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전파가 늘어 휴교령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고령화와 도시 인구 밀집화가 진행되면서 인플루엔자 전파에서의 아동 역할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리모형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감염병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공공지침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과거 신종 인플루엔자로 휴교령을 내렸고,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도 확산을 막기 위해 휴교령을 내린 바 있다. 하오 교수는 “코로나19 유행과 관련된 데이터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추가적인 모형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앞서 리처드 넬슨(Richard Nelson) 미국 유타대 역학부 교수 연구팀은 휴교와 코로나19 확산 사이 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오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도 전파는 성인층이 주도하고 있었고, 도시화율이 높을수록 지역사회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호흡기 감염병 바이러스는 80~90%가 실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다학제 차원에서의 협력이 핵심이고 여러 견해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BMC Infectious Diseases of Poverty volume, DOI: https://doi.org/10.1186/s40249-021-00911-7

Nature Medicine,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1-015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