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재 씨위드 대표가 경기도 광명역 인근에 위치한 배양육 생산시설에서 미세조류 추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바다는 인류에게 식량을 주고 언제든 먹거리를 내어주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생선부터 어패류, 해조류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나온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은 그만큼 축복 받은 나라다.

이런 영향일까. 한국인의 하루 아이오딘(요오드) 섭취량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줄을 잇는다. 다시마, 김, 미역과 같은 해조류에는 아이오딘 함량이 많다. 결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성인 기준 하루 아이오딘 섭취 권장 기준인 15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를 2배에서 최대 10배를 웃돈다고 한다. 과도한 아이오딘 섭취는 갑상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로 고기를 만들어 팔겠다는 1995년생 이희재 씨위드 대표의 사업은 여기서 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기초학부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생명과학 강의를 듣던 중 접한 ‘해조류 아이오딘 과다 섭취’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우선 인식 변화가 필요했다. 과도한 요오드 섭취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씩 섭취하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해조류 아이오딘을 줄였고 주변에서 기술을 더 발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연구를 하다가 해조류를 배양육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업 결심을 굳힌 그는 평소 마음이 잘 맞는 대학원 동료를 모아 총 5명이 2019년 ‘씨위드’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친한 것과 별개로 ‘같이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며 “사업을 결심한 뒤 자연스레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씨위드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배양육 세포 틀과 해조류로 배양육 세포 증식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 고기 모양부터 식감까지 비슷한 대체육을 만들 수 있다. 경기도 광명역 인근에 위치한 연구시설에서 해조류 품질관리(QC)부터 세포 배양, 대체육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화한다. 회사 임직원은 생산한 대체육을 직접 먹어 보며 품질 고도화를 꾀한다.

이희재 씨위드 대표가 경기도 광명역 인근에 위치한 배양육 생산시설에서 제조 중인 배양육을 꺼내 설명하고 있다. 배양육 질감은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다. /김양혁 기자

해조류 배양육의 가능성은 저렴하게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 세포 증식을 위한 영양분은 주로 소 태아의 혈청이 주로 사용됐다. 영양분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가격이 높았다. 소 태아라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도 있다.

이 대표는 “해조류 1㎏를 투입해 대체육 4㎏를 생산할 수 있다”며 “축산업과 경쟁하지 않으며 친환경적으로 미래 인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조류는 태양에너지만으로 자라며, 자라는 과정에서 산림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생 이희재 대표가 이끄는 씨위드 연구실 내 칠판에 구성원들의 MBTI(성격 유형 검사)가 적혀 있다. /김양혁 기자

씨위드는 올 하반기 브릿지 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상업화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우선 진행한다. 시장 규모도 크지만, 국내 규제를 모두 풀어내기까지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시간이 생명”이라며 “국내에서는 해조류를 기반으로 한 대체육을 식품으로 어떻게 쓰게 할 건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가 지난 202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포 배양 닭고기 판매를 허가한 데 이어 지난 6월 미국 농무부(USDA)도 판매를 승인했다. 씨위드는 닭고기가 아닌 소고기 제품으로 현지에서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조선비즈는 최근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씨위드를 찾아 이희재 대표와 직접 만나 대체육 시장 진출 계획과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의미하는 MZ세대 바이오기업 대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배양육을 만드는 씨위드는 어떤 회사인가.

“배양육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배양육은 소, 돼지 같은 축산물 희생 없이 사람이 세포를 길러서 만드는 고기를 의미한다. 소와 돼지 대신 고기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사명 씨위드(SEAWITH)는 세포 배양 과정에서 이용하는 해조류에서 따왔다.”

─처음부터 배양육 개발 기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처음 해조류 소재를 접하게 된 것은 배양육이 아니라,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해조류에는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아이오딘이 많이 들어가 있다. 한국에서는 하루 섭취량이 10배 넘는다는 연구도 있다. 조금 섭취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결국 아이오딘을 줄였고, 이를 확장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업화와 연결됐다. 초기에는 판매 측면에 적합하지 않아 아이템을 들고 피버팅하기도 했다. 실제 배양육에는 아이오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실제 고기를 대체하면 영양학적으로 차이는 없는 건가.

“과거 식물성 고기가 많이 주목받았다. 당시에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모두 비슷하게 나왔다. 다만 실제 장내에서 소화 이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배양육의 경우 영양학적으로 비슷하게 돼 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제출됐다. 성분은 수요에 맞게 조절하면 되는 것이다. 지방을 빼고 단백질만 넣을 수도 있다.”

─소고기를 보면 힘줄 같은 게 있다. 식감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나.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등심을 예로 들면 세포 차이가 없다. 결국 성분 비율만 다르다. 비율을 바꾸면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은 제형화된 제품들을 생산할 계획이다.

향후 식량 문제를 고려하면 단백질 자체를 공급하는 공급원이 추가돼야 한다. 기존 축산업 하는 분들에게도 경쟁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인구수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지속해서 늘 수밖에 없고 단백질 공급원 다변화는 필수다. 축산업과 함께 가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배양육 시장은 어떻게 형성됐나. 실제 시장에 나온 배양육이 있는 건가.

“상용화 직전 단계다. 배양육은 전례 없는 방식이다. 세계에 규제가 없다. 현재 판매 승인을 해준 국가는 싱가포르, 미국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2020년 처음 배양육 닭고기 생산·판매를 허용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USDA가 2개 업체를 대상으로 생산시설, 라벨링 허가를 내줬다. 미국의 경우 정식 승인은 아니지만, 판매를 위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는 어떻게 되나. 해조류를 어느 정도 양으로 배양육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나.

“해조류 1㎏으로, 고기 4㎏가량을 만들 수 있다. 동물 세포를 키우는 자체는 어렵지 않다. 가격 안정성 문제다. 저렴해야 한다. 세포 자체를 먹기 때문에 세포가 자랄 때까지 먹는 단백질 가격이 중요하다.”

─생산 자체도 결국에는 규모의 경제가 돼야 할 것 같다. 생산대행 업체들 현황은 어떤가. 국내 의약품 생산대행 업체도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같은 기업들은 세포가 만들어 낸 단백질을 약으로 만든다. 많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배양육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의약품 CDMO들은 큰 관심이 없고, 식품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확실한 수익원이 된다고 판단하면 규모는 당연히 커질 것이다.”

─조직 인력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연구자 길을 걷다가 창업하게 되면 경영도 공부를 해야 했을 텐데 어렵지 않았나.

“대학교와 대학원 동기 5명과 함께 창업했다. 모두 관심이 제각각이라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체 직원 수는 25명 정도다. 수의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학계와 기업에서 스케일업을 경험하신 분들을 많이 모셨다. 정책은 물론, 식품영양,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화학소재까지 다양한 구성원과 일하고 있다.”

─국내보다 미국 진출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트업은 시간이 생명이다.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고 제품 허가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 현지 식품 안전관리인증(해썹·HACCP)은 유연하다. 국내에서는 배양육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

오히려 식품이 의약품보다 깐깐한 인증도 있다. 만약 의료용으로 쓰이는 원료 같은 경우 식품으로 쓸 수 없다. 또 식품 사전에 등재된 원료만 쓸 수 있다. 해조류 자체는 완전한 식품 소재기 때문에 허가에서 문제가 없지만, 배양육에 쓰이는 소재들 대다수는 먹어오지 않았다. 국내서는 배양육을 세포배양 식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 현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자 유치가 어려웠을 것 같다. 분위기가 어떤가.

“과거 여러 벤처캐피탈(VC)로부터 총 7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받은 지 2년이 지났다. 장치 산업이다 보니 시설 구축 비용으로 대부분을 썼다. 올 하반기 브릿지 투자로 100억원 정도를 유치할 계획을 잡고 있다.

애초 배양육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컸다. 코로나19 이후 잠깐 위축됐었지만, 환경적 이슈로 인해 기후테크, 푸드테크가 주목받으면서 배양육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문은.

“축산업도 환경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다른 기업과 다르게 해조류를 활용해 사업을 하고 있다.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쓰임새가 많기 때문에 이 쓰임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해조류는 대부분 식용으로 쓰인다. 결국 이를 먹으면 다시 이산화탄소로 배출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포집할 수 있어야 한다.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되는 해조류 껍질로 포장 용기를 만들고, 노트를 만드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