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바이오허브(홍릉바이오클러스터)에서 열린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들이 총 15조7000억원을 투자해 '초격차'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법령 개정과 세제 지원을 포함해 대대적인 지원으로 오는 2030년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조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바이오 투자 대표 기업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 관련 신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파운드리에 나선 CJ제일제당이다. 이들은 산업계 대표로 나서서 정부에 사업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홍릉바이오클러스터를 운영 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국내 중소형 바이오기업 성장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서울바이오허브(홍릉바이오클러스터)에서 열린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에서 "바이오의약품 초격차를 확보하며 신소재, 에너지, 바이오 경제를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며 "바이오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설비,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바이오의약품 1400조원, 차세대 성장동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19일 서울바이오허브(홍릉바이오클러스터)에서 열린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원탁회의에서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섰다.

그는 "의약품 시장 규모는 1400조원 규모로, 반도체, 2차 전지 등 주요 산업군을 넘어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체 시장에서 70%가 합성의약품이 차지하고, 바이오의약품은 30% 비중이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30년 7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시작으로 창립 10년 만에 세계 1위 규모인 60만L의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기간 내 빠른 속도로 생산 설비를 늘리며 104개 고객사를 확보해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전체 고객사에는 화이자, 존슨앤드존슨(J&J)과 같은 세계 대형 제약사 13개도 포함한다.

림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해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의약품 CDMO 산업은 상위권 기업이 전체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 기업은) 공격적인 증설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국 우시의 경우 현지 화이자의 항저우 공장 인수와 현지 CDMO 인수,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림 사장은 "의약품 개발과 사업, 성공까지는 리스크가 크고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다"며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파운드리' CJ제일제당 "합성생물학, IT와 융합해 고성장"

황윤일 CJ제일제당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림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발표에 나섰다. 황 CTO는 "향후 소재를 타깃으로 하는 합성생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비롯해 최근 정보기술(IT)과 융합한 바이오 기술 발전으로 빠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다학제적 분야로, 공학 원리를 바이오 분야에 적용해 생물학적 부품, 소재, 시스템을 재설계하거나 개발·제조한다. 황 CTO는 "미국 투자 동향을 보면 상당히 많은 합성생물의약품에 투자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미국 벤처회사인 진코 바이웍스(Ginkgo Bioworks)에는 3조원 정도가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황윤일 CJ제일제당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9일 서울바이오허브(홍릉바이오클러스터)에서 열린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CJ제일제당은 합성생물학 인프라인 '바이오 파운드리'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IT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와 제작, 시험, AI 학습에 이르는 과정을 표준화, 자동화하는 시설이다. 이를 활용한 균주 개발을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다.

황 CTO는 "균주 개발이 되고 있지만, 개발에서 양산까지 진행하는 업체들은 거의 없다"며 "생산 능력을 확대할수록 균주들이 접하는 환경이 달라져 배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CTO는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균주를 바이오 파운드리로 개량하는 사업모델과 CDMO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릉강소특구 "입주사 369곳, 기업가치 2조9500억 규모"

학계에서는 홍릉강소특구사업단을 운영 중인 KIST가 발표에 나섰다. 최근 들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제약·바이오 업계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각국은 가장 선진화된 것으로 꼽히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모티브로 대형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1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 생태계 현황을 둘러보고 있다. 2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랩센트럴. 3 오송첨복단지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4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5 홍릉 서울바이오허브. 6 판교·광교 바이오 클러스터의 플랫바이오 실험동물센터. / 연합뉴스·랩센트럴·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삼성바이오로직스·서울시·플랫바이오

서울 홍릉 일대는 개방형 혁신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는 물론, 인근 의료 인프라까지 전방위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임 환 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은 "홍릉바이오클러스터는 반영 3㎞ 이내 고려대, 경희대와 같은 대학과 KIST 등 연구기관, 대학병원이 위치해 있다"며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질의 인력이 뒷받침된다. 7000명의 박사급 인력과 인근 대학의 재학생들은 12만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은 369개에 달한다. 핵심 코어 기업은 '홍릉클럽'이라는 이름으로 126개가 운영되고 있다. 임 단장은 "입주사들의 총 기업 가치는 2조95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유니콘 기업 3개, 상장과 인수·합병(M&A) 60개, 500개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