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신약/그래픽=손민균

“도나네맙과 같은 알츠하이머병 신약들은 치매를 치료하는 병⋅의원 진료 현장까지 바꿀 것이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허가를 노리는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의 임상3상 결과가 발표된 후 UC샌프란시스코의 에릭 위데라(Eric Widera) 노인병리학 교수(MD)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기고한 사설의 한 구절이다. 위데라 교수는 “도나네맙의 임상 결과를 보면, 아밀로이드를 겨냥한 알츠하이머신약의 한계가 뚜렷하지만, 반대로 장점이 분명히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라이 릴리가 공개한 도나네맙의 임상시험 3상 결과에 학계와 자본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임상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는 효과를 보였지만, 이미 병이 진행된 중증 환자는 효과가 없고, ‘치매 유전자’를 가진 환자는 이 약을 먹으면 뇌부종 뇌출혈 같은 치명적 부작용을 경험할 위험이 크다는 한계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임상 결과에도 릴리의 주가는 상승세다. 최근 5일간 릴리의 주가는 2.72% 올랐지만, 경쟁약물인 레켐비를 개발한 바이오젠의 주가는 1.43% 하락했다.

◇ 도나네맙 임상 3상 결과

릴리는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에서 도나네맙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고 이 논문을 JAMA에 게재했다. 이 논문을 보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앓는 평균 73세인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임상시험을 한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와 75세 이하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군 대비 초기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35% 지연됐고, 진행 속도는 39% 낮췄다. 이는 앞서 FDA허가를 받은 레켐비(에자이와 바이오젠)와 비교해 효능이 뛰어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스캔과 인지 평가를 토대로 중증도를 매긴다.

인지평가의 경우 18점 만점으로 구성되는데, 도나네맙을 투역한 환자의 치매 중증도는 18개월 동안 1.72점, 위약 투여군은 2.42점 하락하며 0.7점이 차이가 났다. 레카네맙의 경우 투여군은 1.21점 감소했고, 위약투여군 1.66점 떨어지며 0.45점이 벌어졌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스캔.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에 대한 임상 3상 연구 결과 발표를 발표했다./일라이 릴리 제공

2주에 한번 투약하는 레켐비와 달리 도나네맙은 한 달(4주)에 한 번 투여했다. 여기에 PET스캔에서 평균 약 1년(47주) 정도 복용하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 릴리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면 약 복용을 중단시켰다. 1년 정도만 복용하면 굳이 약을 더 먹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실제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위약군과 비교해 투약군의 인지 기능이 천천히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릴리의 마크 민툰(Mark Mintun, MD) 신경 과학 연구 및 개발 그룹 부사장은 “최근 6개월 (관찰 결과) 약물을 끊고 지낸 투여군의 치료 효과가 좀 더 낫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밀로이드는 지속해 축적되기 때문에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이 언제쯤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할지는 추가로 알아내야 할 문제다. 민툰 부사장은 “4~5년 후에 재치료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만 먹으면 약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은 ‘약값이 덜 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레켐비의 약값은 연 2만 6500달러(3362만원)지만, 약 중단과 관련한 데이터는 없었다.

◇ 항 아밀로이드 베타 치료제는 무엇인가

전체 치매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축적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밀로이드는 우리 몸에서 저절로 생기는 단백질인데, 뇌 속에 축적돼 서로 덩어리(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만들어 문제를 일으킨다. 최소 20년 이상 축적되는데, 덩어리가 진 상태가 심해지면 뇌 신경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타우 단백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나네맙과 레켐비는 뇌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를 막으려고 항체를 만들어 공격한다. 도나네맙과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침입자’로 인식해 제거하는 항(抗)-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치료제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서 플라크가 생기지 않게 막는다면, 도나네맙은 이미 뭉친 플라크를 제거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릴리 로고/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타우 단백질이다. 도나네맙은 타우 덩어리(Tau tangle, NFTs) 수치가 높은 그룹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타우가 중⋅저 수준인 환자군에서는 인지 기능 저하를 35% 늦췄지만, 수치가 높은 환자를 추가하면 위약에 비해 개선 효과가 22%로 떨어졌다. 뇌 속 타우 덩어리가 쌓인 그룹에선 효과를 보지 못했단 뜻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이미 알츠하이머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에게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도 된다.

타우는 뇌세포의 ‘못’ 같은 존재다. 신경세포는 뇌세포의 골격이자 기찻길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튜불(미소관)을 따라 이동한다. 타우는 이 미소관이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못’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타우가 떨어져 나가면 문제를 일으킨다.

타우 단백질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덩어리가 되는데, 그 자체에 신경 독성이 있는 데다, 타우가 떨어져 나가면 미소관의 기능도 떨어뜨린다. 기찻길에 못이 빠지면 탈선 사고가 잇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 타우의 구조와 기전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 치명적 부작용과 치매 일으키는 유전자 APOE ε4 변이

부작용도 부담이다. 도나네맙 투약군의 24%가 일시적 뇌부종(ARIA-E)이나 뇌출혈(ARIA-H)을 겪었고, 2명이 사망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위약군의 3.7%, 치료군은 13.1%가 약 복용을 중단했다. 레켐비에서 13%,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28.3%가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려고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했다가 도리어 뇌혈관이 망가질 수 있단 뜻이다.

나아가 이번 연구에서는 치매 유발 유전자로 알려진 APOE-ε4를 보유한 환자가 이 약을 먹었을 때 뇌부종⋅뇌출혈 발병 위험이 높은 것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15.7%, APOE-ε4가 있는 환자는 22.8~40.6%가 부작용을 겪었다. APOE는 몸속 지질과 콜레스테롤 운반체로, ε2, ε3, ε4 세 가지 유전형이 있다. 이 중 ε4를 가진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3~12배 높다.

앞선 연구에서 APOE ε4 유전자 환자가 레카네맙을 복용했을 때, 인지 저하가 증상이 22% 더 빨리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 항 아밀로이드 치료제를 복용하면 상태가 더 악화하고,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항 아밀로이드 치료제가 가격이 저렴하고 환자 관리가 쉽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격도 저렴하지 않고, 관리도 쉽지 않다. 이 약을 쓰려면 환자에게 APOE-ε4 변이 유전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하고, 사용 중간에도 뇌 속 아밀로이드가 충분히 제거됐는지 PET스캔을 통해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다.

위데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더 정확하고 빠른 진단,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을 써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중증 환자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며 “인지 능력 저하를 막는 효과에, 삶의 질, 간병인의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 약 복용을 중단한 이후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약물 발견 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의 공동 창립자인 하워드 필릿(Howard Fillit)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을 멈추는 약물 파이프라인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며 “앞으로의 치료법은 바이오마커 테스트를 통해 각 개인에게 맞는 약물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연내 FDA 승인을 받고,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도나네맙의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릴리가 레켐비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oi:10.1001/jama.2023.13239

doi:10.1001/jama.2023.11701

doi:10.1001/jama.2023.13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