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와 의료 업종에 대한 국내 신규 투자 비중도 16.3%로, 2020년 27.8%와 비교해 감소했다. 든든한 투자처 없이는 경쟁력 있는 기술도 빛을 볼 수 없다. 조선비즈는 이른바 '큰 손'으로 불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벤처캐피탈(VC) 전문가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위한 제언을 정리해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징 쉬(Jing Xu) 라이프(LYFE)캐피탈 싱가포르사무소 이사(VP)가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제약·바이오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가는 데 장벽은 높다. 우리는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허 만료, 약가 압박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M&A에 목말라 있다. 우리는 세계 각국에 다국적제약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고 있다".

징 쉬(Jing Xu) 라이프캐피탈 싱가포르사무소 이사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라이프캐피탈은 지난 2015년 설립한 벤처캐피탈(VC)로 운용자산은 20억달러(약 2조5800억원)에 이른다. '의료에는 국경이 없다(Healthcare has no boundaries)'는 원칙으로, 본사는 싱가포르와 미국에 두고, 한국과 중국에도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설립 8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세계 70개 이상 기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30%가 이미 미국과 홍콩, 중국 증에 상장했다. 한국과는 의료기기, 화학 관련 기업 두 곳에 투자하며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 내 법인은 올해 설립했는데 설립 이전 이미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라이프캐피탈은 한국 내 경쟁력 있는 바이오텍을 추가로 발굴하고 있다. 쉬 이사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기업 쇼케이스 2023′에 참석해 복수의 국가 기업을 눈 여겨봤다. 일대일 미팅도 14곳과 진행할 계획이다.

쉬 이사는 "한국에서도 많은 바이오 기업이 설립되고 있으며 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좋은 기술을 보유했고, 그중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 등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글로벌 VC 11개사로부터 가장 많은 요청을 받은 국내 바이오기 12곳이 회사 기술력 소개에 나섰다. 당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소개한 기업은 툴젠(199800)이다. 툴젠은 최근 덴마크에서 열린 말초신경학회에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개발 중인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유전자 가위는 생물체가 보유한 고유 유전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해 자르는 기술이다. 잘려 나간 자리에 다른 염기를 넣으면 유전정보가 달라져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라이프캐피탈은 최근 유전자 가위 기술로 희소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IEQ에 투자하기도 했다.

라이프캐피탈은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기술력만 뒷받침된다면 장기간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쉬 이사는 "원칙적으로 10년 투자 후 2년 뒤 회수라는 '10+2′ 원칙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최근 2~3년 동안 투자한 기업은 20곳에 이른다. 메신저리보핵산(mRNA)과 유전자 치료 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라이프캐피탈이 투자한 기업들은 내부 전문가로부터 깐깐한 검증 과정이 끝난 기업들이다. 쉬 이사는 "투자 전 진행하는 강도 높은 실사 과정은 미국에 상주하는 20년 이상의 제약·바이오업계 업력을 보유한 연구개발(R&D) 전문가의 과학적 평가를 포함한다"며 "이후에도 리스크 방지를 위해 사업개발(BD)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과거 다국적제약사 암젠에서 BD 리더로 근무한 바 있다.

끝으로 쉬 이사는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