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의료기기산업이 오는 2029년 888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업에 속하는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은 고용 창출, 투자 확대와 같은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보건 산업 종사자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배경이다. 조선비즈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기업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최두아 휴레이포티지브 대표. /김양혁 기자

2000년 대학 졸업 후부터 줄곧 창업만 생각했다.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두 차례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빚까지 생겨 월급쟁이로 일하기도 했다. 네이버 전신인 NHN에서 2년 동안 근무하며 우연히 접한 ‘헬스케어’라는 단어가 다시 창업 의지를 돋구었다. 때마침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을 헬스케어에 활용한다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0년 ‘휴레이포지티브’가 설립된 배경이다.

휴레이포지티브는 올해 만으로 13살이다. 출범 당시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단어도 생소했던 시절이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는 “국내서 13년 이상 운영을 축적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연구개발(R&D)과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춘 전문가와 리더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축적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국내를 비롯, 세계 각국 환경에 맞춰 차별화해 적용하고 있다. 국내서는 주로 기업이나 병원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당뇨와 고혈압, 과체중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회사 임직원과 환자의 건강관리를 돕는다. 예컨대 회사가 만든 앱에 입력한 혈압, 체중과 같은 개인건강기록(PHR)을 활용해 밥을 먹을 때마다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휴레이포지티브가 제공 중인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구동 화면. /휴레이포지티브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휴레이포지티브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사내 임직원 복지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다. 회사 임직원의 건강 관리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기업 경영의 주요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국내 보험사는 휴레이포지티브의 솔루션을 활용해 보험 가입자의 건강을 최적화하고 보험 지급률을 최소화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병의원을 대상으로 진료비를 잘 받아 낼 수 있도록 컨설팅해 주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 환자 병원비 중 환자 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험공단으로부터 잘 받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이는 병원 경영을 좌우한다.

최 대표는 “일본을 비롯 세계 많은 국가의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업체의 기록 관리와 보험 청구 작업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며 노동집약적”이라며 “이미 1500개의 클리닉을 유료 회원으로 확보했고, 최근 일본 최대 의료사무 아웃소싱 기관인 니치이학관과 파트너십으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니치이학관은 일본 내 요양병원과 병의원의 인력 파견과 물품 제공을 하는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다. 최근 오래된 사전 청구 심사 시스템으로 고객 확보 성장의 제한과 인력 비용 증가와 같은 문제를 겪으며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휴레이포지티브와 손을 잡은 배경이다. 니치이학관이 현지에서 관리 중인 병원만 1만개 이상이다.

휴레이포지티브가 제공 중인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구동 화면. /휴레이포지티브

최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단어가 국내서 없을 때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망하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산업에서 ‘디지털’이 강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직원 절반가량을 엔지니어로 채용한 데 따른 자신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생존은 만만치 않다. 최 대표는 “오전에만 3번 망할 뻔했다”고 직원들에게 농담을 한다. 그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부분 창업자도 전공영역이 아니고 비전공영역에서 시작한다”라며 “창업이라는 게 하쉬(harsh·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상황을 만드니 살기 위해서는 빠르게 배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최근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 본사를 찾아 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두아 휴레이포티지브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휴레이포지티브는 어떤 회사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2010년도 창업해 만 13년이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 디지털이 강한 회사다. 특징은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단어가 국내서 없을 때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새로운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사라졌는데 아직 망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잘 만들어 일본에 팔고 있고, 동남아까지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회사다. 끝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는 돈을 내는 주체(기업), 서비스를 쓰는 주체(기업 임직원), 서비스를 쓰도록 권유하는 주체를 모두 풀어야 하는 어려운 영역이다. 개인건강기록(PHR)이라는 영역에서 개인이 스스로의 상태를 잘 기록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휴레이포지티브는 대주주로 참여해 만든 세 번째 회사다. 사실 20대에 첫 회사를 창업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사용한 피처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다. 두 번째는 컬러링과 벨 소리를 만드는 회사였다. 다 망하고 빚 갚으려 현 네이버에 입사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헬스케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는데 그때 처음 헬스케어라는 분야를 접했다. 당시가 2008년쯤으로 아이폰이 막 출시되던 때였는데 건강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에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데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해 이끌고 있다.

“지금 창업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다. 그래도 20대부터 책을 보고 공부하고 하니 계속 발전하게 되더라. 창업이라는 게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상황을 만드니 빠르게 배우게 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분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대부분 창업자가 보면 저처럼 전공 분야가 아니라, 비전공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어떤 게 있나.

“개인건강기록(PHR)이라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보유하고 있다. 임직원 건강관리를 회사 비용으로 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당뇨병, 고혈압, 과체중과 같은 만성질환 앓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성인들 절반가량이 해당 질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

우리 앱을 내려받은 뒤 혈당, 혈압, 체중, 식사 습관을 입력하면 실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일종의 잔소리를 해준다. 그러다 보면 합병증을 겪을 확률이 줄어든다.”

-국내 대형 IT기업, 유통사, 보험사까지 여러 기업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기업별로 차별화한 서비스가 있는지.

“기본적으로 60~70%는 같다고 보면 된다. 회사별로 브랜딩이나 일부 디자인과 기능을 커스텀해달라는 주문이 많다. 예를 들어 A회사는 임직원에게 운동을 강조해달라고 하고, B회사는 식단 관리, C회사는 당뇨 관리에 치중하는 식이다.”

-사실상의 비대면 진료 아닌가.

“의료법에 저촉될 만한 부문은 아예 하고 있지 않다. 비대면 진료는 비대면으로 의사를 만나 병을 진단하고 약까지 처방해야 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환자에게 약 같은 것을 처방하지 않는다. 밥을 이렇게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니 하지 말라는 식으로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게 핵심이다.

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얼마나 잘 먹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은 2~3개월에 한 번 병원을 찾는다. 2~3개월 동안 어떤 일이 다 있었는지 의사는 알 수 없다. 병원을 찾을 당시 한정적인 환경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향후 합병증 발병 여부나 약이 잘 맞는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에서도 세금으로 약값을 지원하는데 환자가 복용을 잘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만성질환 관리 사업은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하는데 다른 기업과 차별화한 점은 무엇이 있는가.

“가장 오래됐다는 점이다. 헬스케어와 의료 분야는 특성상 보수적이다. 검증된 형태의 조언,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으면 쓰일 수 없다. 만성질환 서비스 쓰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매우 큰 위험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다수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제공해 왔고, 실제로 기저질환 앓는 분들이 호전되기도 했다. 임상시험 데이터와 논문 데이터 같은 게 얼마나 쌓여있는지도 중요하다.

다만 헬스케어 서비스는 특성상 건강한 환자에게 돈을 받기 어렵다. 국내에서 구독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것도 어렵다. 일부는 앱에 광고를 붙인다든지, 별도 서비스를 붙이는 식으로 수익을 내지만, 이런 것들이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고, 기업을 대상으로 하게 됐다. 임직원 건강이 좋아지면 결근율이 줄고, 산업재해 위험도 줄일 수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좋다. 직원도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니 좋다.”

-보수적인 의료시장 공략은 어떻게 했나. 병원과 협업이 어려웠을 거 같은데.

“제약사 영업직원들을 보면 대형 병원 교수님들 만나려고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저도 같이 줄에서 대기했다. 실제 혈압약을 타면서 교수님들께 궁금한 점을 묻고, 사업 설명도 했다. 3~4년 정도 고생하니 몇몇 교수님들이 좋게 봐주시면서 여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네이버와 여러 분야에서 협업도 하고 있다. 과거 근무했던 것으로 아는데 근무 경험이 도움이 됐나.

“네이버는 이제 매우 큰 회사다. 네이버에서 국가검진을 검색하면 잘 정돈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그것을 우리가 만든다. 네이버는 일종의 땅을 빌려준 거고 우리는 그 땅을 받아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 제공한 콘텐츠의 값을 네이버로부터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혜를 봤을 거 같다. 코로나19 전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전에는 사실 크게 관심 없었다. 병원 가고,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병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코로나19 수혜 종목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니 시장에 돈도 많이 나왔다.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최근 4년 동안 투자받은 금액은 400억원가량이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2년 전부터 조직을 커졌다. 40~50명 규모에서 120명까지 직원을 늘렸다. 이 중 절반가량이 엔지니어다.”

-별도로 축적한 의료 데이터가 있는가.

“의료법상 별도로 의료데이터를 취급하지 않는다. 의료데이터는 의료기관에서 관리하고 책임을 진다. 공유 받는 것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받을 수 있는 데이터는 개인별 동의하에 건강관리 정보만 받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향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병원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보유했는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까지 확장 계획은 없는지.

“B2C 시장 진출도 여러 방면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휴레이포지티브가 제공하는 서비스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13년 차가 됐지만, 우리는 아직 스타트업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신뢰도를 낮추는 일이 될 수 있다.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신뢰도 높은 기업과 연계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로 국내에서 구독 서비스로 살아남기 힘들다. 게임을 해도 전면 유료화를 하지 않고, 일부 과금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꼭 필요하면 일반인도 쓰게 된다. 의사 3명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를 대상으로 ‘열나요’라는 앱을 출시했다. 아이 열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병원에서 가진 프로토콜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1년에 100만명이 쓰고 있다.”

-해외에선 어떤 서비스를 하나.

“해외 진출한 국가는 일본, 베트남, 캐나다가 있다.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모델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선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 병원비가 1만원이 나오면 환자 부담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병원이 공단에 청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단으로부터 돈을 온전히 받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클리닉에 제공하는 서비스 소프트웨어 제공하고, 이미 1500개 클리닉에서 쓰고 있다. 내년 말까지 3만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베트남에서 만성질환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KT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하노이 중심으로 건강검진 사업도 계획 중이다. 건강검진 사업은 인프라 사업인데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맡는다. 하노이 의대 의료진이 이를 활용해 원격으로 환자를 돌보게 될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공동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시장으로 보는 게 아니라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기술 연구하고, 한국에서 제품화해 다른 국가로 판매하는 식이다. 캐나다가 규제가 좀 덜한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 강한 규제가 안전할 수 있지만, 기술 발전으로 봤을 때는 장기적으로 속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조만간 일본 수출 계약 소식이 있다고 들었다.

“일본 내 요양병원이나 병의원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물품을 제공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지에서 큰 기업 중 하나다. 일본 의료현장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 중심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을 꾀하면서 우리와 손잡았다. 7월부터 본격 공급할 예정으로, 관리 병원만 1만개 이상이다.”

-10년 이상 헬스케어 회사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나.

“오전에만 3번 망할 뻔했다고 직원들에게 농담으로 말한다. 13년 동안 항상 같다. 이게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인 거 같다. 사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이 아직 산업화가 되지 않았다. 연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이 나오지 않아 이 부문이 가장 어렵다. 특성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걸 만들어 계속 팔고 경쟁하면 되는데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으신 부문은.

“오랜 시간 환자들의 건강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 온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중 13년 넘게 살아남은 유일한 회사다. 그동안 투자자도 힘을 실어줬고, 공동연구 하는 의사도 신뢰해 주셔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의 가장 큰 덕목은 신뢰다.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회사다.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다. 다만 작은 회사 하나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체를 발전시킬 수는 없다. 여러 기업이 함께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