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에서 약 1시간 빗길을 달려 인천 송도에 들어서자 영문으로 'OLYMPUS(올림푸스)'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올림푸스가 국내에 진출한 해외 의료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370억원을 투자해 2500㎡ 부지에 조성한 의료트레이닝센터다.
올림푸스는 사실 국내에서 의료기기보다는 카메라 회사로 오랫동안 알려져왔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 의료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완료했다. 지금은 의료내시경과 복강경, 수술 장비가 주요 제품이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매출 8819억엔(8조원) 가운데 98.7%(8700억엔)가 의료사업에서 나왔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접고 일찌감치 의료기기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올림푸스는 사실 오래전부터 광학 의료기기 명가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 1950년 세계 최초로 위 내시경을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세상을 담는 광학 기술을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기술에 적용한 결과다.
이날 방문한 의료트레이닝센터에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시설을 비롯해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는 의료서비스센터가 입주해 있다. 조혜영 올림푸스한국 커뮤니케이션그룹장은 "글로벌 트레이닝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을 받은 전문가가 국내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열고 있어 수리 품질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며 "의료진에게도 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올바른 사용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장난 내시경을 치료하는 병원'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센터는 올림푸스가 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 점유율을 70% 이상 점유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올림푸스는 이런 AS센터를 전 세계에 200곳 이상 구축해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격 없으면 수리하지 못한다(No License, No Repair)'는 본사 정책에 따라 강도 높은 교육 과정을 거친 인력이 의료기기를 손보고 있다. 국내 정비 인력도 올림푸스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능올림픽에서 수리 부문 1위를 차지한 실력자들로 이뤄져 있다. 조 그룹장은 "이론부터 실기까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인력에는 정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80여명이 센터를 분주히 오가며 이날 업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센터는 정비 책임자 주도로 하루, 주간 단위로 수리할 장비 대수를 설정한 뒤 실시간으로 정비 진행 상황을 화면에 공유한다. 하루 평균 50~60대를 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모니터에 나타난 이날 수리 목표 대수는 62대였다. 센터가 연간 수리하는 내시경은 약 1만5000대에 이른다.
처음 센터로 입고된 의료기기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엔지니어들이 일하는 3층으로 옮겨진다. 그 뒤 8시간 동안 멸균을 거친 뒤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인 수리 절차에 들어간다. 공영조 올림푸스한국 품질기술팀장은 "수술실에서 사용됐던 제품을 모두 분해하기 때문에 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멸균의 목적은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검은 총 4단계로 이뤄진다. 1~3공정에서 누전, 누수, 영상, 외관 검사와 점검이 이뤄지면 4공정에서 앞서 점검한 60~70개 점검 분야를 다시 검사한다. 센터는 매월 수리를 다 마친 제품 2대를 다시 뜯어 수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정비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무결점' 원칙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의료기기 실사용자이자 고객인 의료진을 센터로 초청해 직접 수리 현장을 보여주는 자신감도 여기서 나온다.
4단계 점검 과정을 거쳐 산출된 견적서가 나오면 수뢰를 의뢰한 기관의 동의를 받아 실제 수리가 시작된다. 제품 수리 난이도는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입고부터 수리까지 2주내 완료하는 것을 내부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푸스가 의료서비스센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내시경 의료기기의 특성 때문이다. 초정밀 의료기기인 내시경 의료기기는 전 주기에서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단순 좋은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고, 이상이 생겼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수다. 현장에서는 핵심 장비 부재가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리마 카즈미 올림푸스한국 리페어본부장은 "품질, 수리, 속도를 지속해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체내에 들어가는 의료기기의 품질 불량은 그 어떤 의료기기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