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는 1919년 일본 도쿄에서 현미경 제조·판매로 시작한 100년 넘은 장수 기업이다. 한 세기 넘게 '광학(光學)' 기술을 갈고닦으며 한 우물만 꾸준히 파왔다. 회사는 그때그때 시대 흐름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명확하게 초점을 맞췄다. 세상의 모습을 담던 렌즈를 사람 몸에 넣어 생명을 구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이렇게 시작됐다.
올림푸스가 몸 안에 카메라를 넣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것은 암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를 안타까워하던 의사와 카메라 기술자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50년 세계 최초의 내시경 개발로 이어졌다.
내시경은 위뿐 아니라 대장, 폐, 십이지장까지 사실상 몸 속 모든 장기 상태를 의사가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질병 진단과 치료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올림푸스 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과 증상은 100종에 이른다. 인류를 위협하는 폐, 대장, 위에 발생하는 3대 암도 포함한다. 올림푸스는 전 세계 소화 내시경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내시경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현재까지 보유한 특허만 1만7000개 이상이다.
올림푸스의 기술 혁신 원동력은 물건을 의미하는 '모노', 만들기라는 단어인 '즈쿠리'를 합친 '모노즈쿠리'로 대변되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말로는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에는 이런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10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기업만 약 3만3000개에 이른다. 국내에는 100년 이상 가업을 잇는 기업이 7곳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하리마 카즈미 올림푸스한국 의료서비스센터 리페어본부장은 "장인 정신을 지키기 위해 엔지니어의 숙련도 향상에 회사가 매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엔지니어의 빠르고 완벽한 실력이 올림푸스만의 장인 정신"이라고 말했다. 하리마 본부장은 일본 본사에는 50년 넘게 의료기기 수리에 몸담은 이런 장인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올림푸스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국가별 규모와 관계 없이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강점을 지닌 분야는 있지만 글로벌 기업에 이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나라마다 서비스 품질 격차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올림푸스가 '자격 안 되면 수리하지 못한다(No License, No Repair)'는 전사 원칙을 만든 배경이다.
하리마 본부장은 "국가마다 다른 장점이 적용되면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품질을 가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의료기기에 대한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본사가 전사 차원의 수리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전 세계 서비스센터에서는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는 최근 단순한 의료기기 판매를 넘어, 의료기기 활용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 200개 이상의 의료서비스센터를 설립한 이유다.
21일 인천 송도에 있는 올림푸스한국 의료트레이닝센터에서 하리마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2005년 올림푸스에 입사해 본사에서 리페어·서비스를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의료서비스센터를 거쳐 2019년부터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올림푸스한국 의료서비스센터 리페어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아시아 대표 지역을 경험했다. 국가별로 특징이 있나.
"기본적으로 내시경 수리 품질에 필요한 기술 면에서는 전사적으로 요구 받는 게 같다. 다만 국가별로 제품마다 판매량이 다르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대형 설비 부문에서도 차이가 있다. 고장 유형도 국가와 환경, 정비 빈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세계에 구축한 의료서비스센터 가운데 한국의 센터 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국내서는 인천을 비롯, 대전, 대구, 광주, 부산까지 수리센터 5곳을 두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센터는 하루 54건 정도를 수리하며, 연간으로는 1만3000건을 소화한다.
세계 200개 이상 수리·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대·중·소로 분류한다면 한국의 경우 '대'로 분류할 수 있는 규모다. 본사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내에서 상위 1·2위 국가에 해당한다."
-국가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국가별 차별성이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나라마다 특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수리하면 같은 제품도 다른 품질을 가지게 된다. 이는 신뢰도 높고 균일한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기기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가별로 과정은 있겠지만, 올림푸스 정책상 수리 품질에 대한 절차는 기본적으로 같다. 본사에서 수리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철저하게 매뉴얼에 맞춰 업무를 진행한다."
-매뉴얼 수립 과정은 어떻게 되나.
"신제품 출시에 맞춰 매뉴얼이 발행된다. 본사에서 신제품 출시를 결정하면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이 어떤 방법으로 제품을 조립·수리해야 하는지 고려해 매뉴얼을 제작한다. 제품 출시 이후 수리 거점에 매뉴얼을 제공한다. 그리고 교육훈련에 필요한 준비를 한다. 라인투어에서 본 것처럼 훈련받은 인력들이 정비를 맡는다. 매뉴얼은 필요시 상시로 갱신하고, 임직원도 그때마다 실시간으로 훈련을 받는다."
-정비사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트레이너는 어떤 과정을 밟나.
"엔지니어에게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엔지니어를 오피셜 트레이너(Official trainer)라고 한다. 오피셜 트레이너 자격은 '제품·수리에 대한 이해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트레이닝에 적합한 마인드, 어학 능력도 요구된다. 자격 요건을 갖춘 직원을 본부장과 같은 매니저가 추천하면 본사나 관리 부서에서 시험을 거친 뒤 자격을 갖게 된다."
-의료 서비스 센터를 설립하며 수리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기기는 반드시 수리를 동반한다.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수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중수리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의료 행위에 올림푸스가 공헌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정비 과정이 중요하겠지만, 특별히 공을 들이는 파트가 있는가.
"특정 공정만 집중한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수리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 다만 공정별로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하는 포인트는 있다.
수리 과정에서 대략 고장 부위를 확인하는 '견적'과 수리 단계인 '수리 공정', 수리 완료 후 최종 검사를 하는 '검사공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친 후 고객에게 납품이 되는데 공정마다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필수 항목을 철저하게 준수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 장비 AS를 맡기면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장비를 대여해 준다는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제품 수리 시 병원 입장에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수리 기간 회사가 보유한 비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부문은 신속하게 수리를 진행해 되돌려 주는 것이다. 수리 기간은 제품마다 다를 수 있지만, 최대 2주 정도로 잡고 있다. 수리를 맡긴 고객은 수리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일본 제조업은 흔히 장인 정신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모노즈쿠리'다. 올림푸스만의 모노즈쿠리는.
"수리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인력 분배에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장인 정신을 전제로 엔지니어의 숙련도를 향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리 품질을 담보하고 빠르게 수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에게 주기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수리 작업을 빠르고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올림푸스의 장인 정신이다.
한편으로는 엔지니어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정 제품을 특정 인원만이 수리할 수 있는 경우도 좋지 않다. 결원이 생기면 제품 수리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의 경력은 어떻게 되나.
"일본 본사에는 40~50년 근무하는 분들도 있다. 한국법인의 경우 2000년에 세워졌기 때문에 길어야 20년 정도다."
-품질 유지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나.
"올림푸스는 품질, 수리 속도를 향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내시경은 체내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다. 품질 불량에 대해서 그 어떤 의료기기보다 민감하게 생각하고 대처하고 있다. 품질 담보를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갱신하고 교육을 이어 나갈 것이다. 고객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의료기기로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