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이 한국 기업과 손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구성한 창립멤버 명단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해외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정보기술(IT)업체도 여럿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국내 참여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미국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 추진 민관 협력체인 캔서X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창립멤버 명단에 루닛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캔서문샷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발표한 암 정복 선언이다. 달 착륙 도전에 버금가는 ‘원 빌리언 달러(한화 약 1조1500억원)’를 쏟아붓는 혁신적인 암 정복 프로젝트다.
캔서X는 백악관이 승인한 공식 기구로, 미국 최고 암 연구소인 모핏 암 센터(Moffitt cancer center)와 디지털 의학 전문가들이 모인 디지털의학학회(Digital Medicine Society)가 주관한다.
현재 캔서X 창립멤버로 참여하는 기업은 루닛을 포함한 총 92곳이다. 존슨앤드존슨, 다케다제약, 제넨텍, 아스트라제네카 등 빅파마와 세계 최고 암 전문기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물론, 인텔, 아마존웹서비스와 같은 IT 업체도 참여한다. 루닛은 지난 4월 캔서X의 최종 심사를 거쳐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루닛은 인공지능(AI)으로 암 진단·치료를 보조하는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암 조기진단을 돕는 ‘루닛 인사이트’ 시리즈와 면역항암제 치료를 예측하는 ‘루닛 스코프’ 시리즈가 주력 제품이다. 세계 병원과 연구기관 2000곳에 제품을 공급했다.
루닛을 포함한 참가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암 정복을 위한 다양한 실증 연구를 진행한다. 암 치료제와 암 진단 등 혁신 기술을 도입해 정책적 지원과 함께 연간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라는 대대적인 투자도 이어진다. 장기적으로 미국인 암 사망률을 25년 동안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애초 캔서X는 지난 2016년 처음 발표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뒤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재개 작업에 돌입했다. 바이든 정부는 캔서문샷의 암 예방, 암 조기 검진, 면역항암제 개발, 암 데이터 수집과 공유, 암 치료 건강시스템 최적화와 같은 8가지 세부 과제를 설정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진단·치료에 강점을 보유한 루닛이 지난 4월 미국 측으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캔서X가 방점을 두고 있는 암 조기검진과 면역항암제 개발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캔서X가 창립멤버를 꾸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참여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