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최근 중국의 합작사 '메디블룸'의 가치를 56억원에서 0원으로 처리했다. 메디블룸은 지난 2016년 중국 바이오 회사와 손잡고 설립한 합작사다. 하지만 파트너사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투자액을 전액 손상으로 처리한 것이다. 중국 기업과 손잡고 합작사를 세워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은 더 늦춰지게 됐다.
#일양약품은 중국법인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 청산하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법인 관계사와 청산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면서다. 지난 1996년 중국에 회사를 설립한 지 17년 만이다. 법인 청산을 위해 소송까지 불사한 것은 합의 청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부푼 꿈을 안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차이나 리스크를 겪고 있다. 사업과 수익성이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면서 현지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고 있다. 과정도 만만치 않다. 진출 초기라면 비교적 쉽게 발을 뺄 수 있지만, 생산설비까지 갖춘 경우 많아 청산 과정도 험난하다. 한때 파트너이던 현지의 합작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는 사례도 있다.
◇부푼 꿈 안고 떠난 中…협력사는 소송하고 사업은 지지부진
1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메디톡스는 내부 회계처리 과정에서 중국 합작사 '메디블룸'의 가치를 전액 손실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약 56억원으로 추산했던 회사 가치가 0원이 된 것이다.
메디블룸은 메디톡스가 지난 2016년 중국 블루미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절반 지분으로 세운 합작사다. 중국 내 보툴리눔 톡신 진출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중국 당국으로부터 제품 허가를 받지 못해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중국 사업 추진 전략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파트너사에서 소송을 제기한 만큼 회계상 보수적으로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작사 메디블룸 해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블루미지 측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허가 지연을 이유로 협력 관계 해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약 1190억원 규모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블루미지가 주장하는 계약 위반은 없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블루미지는 메디톡스에 합작사 계약 조항 위반을 이유로, 합작사 해지권, 품목 허가 지연으로 발생한 손해액을 주장하고 있다.
안국약품(001540)은 지난달 10년 전 중국 제약사와 맺은 기침억제제 '애니코프' 공급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으로 수입 승인이 나지 않아서다. 회사 측은 계약 이행 공문까지 발송했지만,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 앞서 안국약품은 지난 2016년 중국 제약사와 발기부전치료제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금 지급 지연에 따라 2017년 계약 해지를 하기도 했다.
◇"청산도 어렵다" 발 빼려면 소송도 불사…"기준을 모르겠다"
일양약품(007570)은 지난 1996년 중국 지린성에 설립한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 청산을 위한 법정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청산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법원에 청산을 위한 소송에 나서는 것이다.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는 중국 지린성 통화시에 위치한 회사로, 일양약품(45.9%)과 창업자 2세인 정도언 회장 등 특수관계인(19.4%)이 지분 총 65.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통화시 소유다. 지난해 기준 매출 400억원, 영업이익 190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속에서도 매년 성장을 이어왔다.
일약약품은 중국법인 청산 배경에 대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만 밝혔지만, 통화시 측과 경영 갈등을 빚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앞서 올해 1월 이미 일양약품이 이사회를 열고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를 상대로 미분배이익금 민사소송 제기 안건고 가결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법인 청산을 굳힌 만큼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기겠다는 의도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광동제약(009290), 경남제약도 중국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은 2021년 중국 법인을 청산했다. 2017년 진출 이후 해마다 적자를 내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결과다. 광동제약은 2019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중국 법인 중 하나인 '광동실업연변유한공사'를 청산했다.
중국에 진출했던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 허가 기준에 맞춰 절차를 진행해도 업무 처리 속도가 상당히 더딘 편"이라며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할 지 감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