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올해부터 독감 백신처럼 ‘1년에 한 번’ 접종으로 바뀌고, 내년부터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된다. 접종 시기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0~11월로 정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백신 이상 반응과 효과 논란 때문에 예방접종 자체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와 독감 같은 주요 국가 예방 접종 백신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조사를 실시하고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관리청은 최근 신설한 예방접종기획과에서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등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된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로나 유행을 거치면서 국가 예방 백신 접종의 효과에 대한 국민적인 의문이 확산하자 백신의 효과성 조사를 전면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질병청은 지난 1일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한 데 따라 기존 방대본에 있던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해체하고, 의료안전예방국 내 자율기구로 ‘예방접종기획과’를 신설했다.
질병청의 예방접종사업 예산은 코로나19 백신(4565억원)과 국가예방접종(NIP⋅3576억 원)을 합해 올해 8141억원에 이른다. 이는 질병청 한 해 예산(약 2조9470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임기응변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의료계와 산업계는 지적해 왔다.
한국은 독감을 포함한 예방 백신의 접종률이 높은데도, 겨울철만 되면 호흡기 감염병 집단 발병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의 경우에도 한국의 백신 접종률(18세 이상·1차 접종 기준)은 지난해 6월 97%를 넘었지만, 올해 초 조사에서 전 국민 중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력이 떨어진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백신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해외 논문에서는 조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령화가 시작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백신 투여 용량을 높인 ‘노인용 백신’이나 면역증강제를 섞은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독감 백신의 경우 정부가 효과와 무관하게 가격 입찰만으로 저렴한 백신을 구입해 무상 배포하기 때문에 업계 내부적으로 ‘만들면 정부가 다 사간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독감 백신은 만 13세 이하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는 무료 접종 대상이다. 작년 9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개량 백신 확보에 나섰을 때, 한국 정부가 접종 전략과 일정을 미리 잡지 못했던 것도 백신 효과 분석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한림대의대 교수)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에서는 매년 독감백신의 예방 효과를 분석해 발표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은 독감 접종이 국가사업으로 들어가 있는데도, 효능에 대한 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 자료를 보면) 어떤 해에는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가 10% 정도밖에 안 되는데, 국민들에게 기대되는 정확한 정보를 알려서 백신을 접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백신의 효과성을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면, 감염병 관리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자체조사단을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맡기는 등 조사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등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백신 효과를 분석할 체계를 만들고, 적시에 더 좋은 백신을 확보해 국민들에게 효과성을 잘 설명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독감 백신은 3000만명분 가량 국가출하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 공급되는 독감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006280), 한국백신, 일양약품(00757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국내 제약사 6곳과 해외 제약사 가운데는 사노피파스퇴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메디팁(CSL시퀴러스) 등 9곳이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