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막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참여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 이후 열리는 첫 글로벌 행사인 이번 행사에서 자사 기술을 알리고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내달 5~8일 미국의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 열리는 바이오USA에 국내에서만 544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주최하는 바이오USA는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 바이오 유럽과 함께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행사로 꼽힌다. 기술이전·연구개발 협업, 인수합병(M&A), 투자 등 논의 초기부터 파트너십 체결까지 다양한 미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바이오USA 행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까지 세계 65개국 9144개 기업·기관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이 중 국내 참가 기업은 총 544곳으로, 지난해 참가 255곳의 두 배를 넘었다. 업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과 기관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바이오USA의 주제는 ‘스탠드 업 포 사이언스(Stand up for Science·과학을 위해 일어서다)’로 정했다. WHO가 코로나19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처음 열리는 글로벌 바이오 행사인 만큼 앤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주목되는 위탁개발생산(CDMO), 항체약물접합체(ADC),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행사가 열리는 보스턴 지역은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을 비롯해 벤처 창업 공간이 잘 마련돼 있다. 보스턴과 찰스강 하나를 사이로 마주한 케임브리지에는 바이오벤처 창업을 위한 바이오 혁신창업공간인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가 들어서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 사로잡는 CDMO
국내 참가 기업 중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CDMO 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사들이 자사 사업을 알리고,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11년 연속 단독 부스로 바이오USA에 참가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6월 단일 규모 세계 최대 의약품 생산 시설인 4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18만L 규모의 5공장 착공을 앞두도 있어 활발한 파트너십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한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올해 두 번째로 참가한다. 최근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2030년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유치에 집중할 전망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신규 수주가 필요한 SK바이오사시언스도 백신·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사업의 고객사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후발주자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와 에이프로젠(007460),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VGXI도 CDMO 수주를 따내기 위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다.
◇전 세계 기업이 뛰어든 ‘ADC’, 신약개발 기간 줄여주는 ‘AI 플랫폼’에도 주목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ADC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두드러진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로로직스 등이 ADC 의약품의 CDMO 진출을 선언했고, 셀트리온(068270)이 ADC 기반의 신약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ADC는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항체 의약품에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 합성 약물을 결합시켜 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해 58억 달러(약 8조원)에서 오는 2026년 131억달러(16조원)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가장 대표적인 ADC 사례로 통한다.
셀트리온은 차세대 기술인 ADC·이중항체·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테라퓨틱스에 지분을 투자했고, 국내 ADC 전문 바이오벤처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도 대거 참여한다. 지난 2012년부터 ADC 개발을 시작한 레고켐바이오는 이미 12건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탄탄한 기술력을 입증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알테오젠(196170) 등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들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해외 투자가와 제약사들과 만난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AI를 활용하면 보통 10년 걸리는 신약개발을 수개월로 단축할 것으로 보고 AI 플랫폼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 신테카바이오(226330), 스탠다임, 인세리브로 등도 바이오USA에 참석해 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을 공략한다. 특히 신테카바이오는 2년 내 유효물질 발굴부터 동물실험까지 전임상 단계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서비스를 선보여 수주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USA 기간 동안 한국바이오협회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15개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협회는 이들 기업과 해외 투자사와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