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제약사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보통은 신약 개발까지 10년이 걸리는데 AI는 수개월까지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허청은 AI 신약 개발 흐름에 맞춰 별도 특허심사 기준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AI가 개발한 신약의 특허를 인정받으려면 기존보다 훨씬 더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특허업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이 속속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활용을 부추겼다. 미국 화이자가 1년도 안 돼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AI에 있다. AI로 임상을 계획해 세계 각국 환자를 빠르게 모집했고, 데이터 분석 역시 AI를 활용했다. 10년이 넘게 걸리던 백신 개발을 10개월 만에 끝낸 배경이다.
국내에선 대웅제약(069620)이 AI신약팀을 꾸려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HK이노엔(195940)은 지난해 신약연구소 내 신약개발담당을 신설해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K프로젝트팀을 포함했다. 삼진제약 역시 전담팀을 구성했다.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족한 AI신약개발전문위원회에는 보령(003850),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LG화학(051910)같은 대표 제약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지난해 세계 AI 신약 개발 시장은 6억980만달러(약 8081억원)로 추산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세계 AI 신약 개발 시장이 매년 40% 이상 성장해 오는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3054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AI에 꽂힌 배경은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전 독성 시험과 임상 시험, 허가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10년 정도다. AI를 활용하면 이 기간을 수개월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 수백명의 인력이 붙어 할 일을 AI로 곧장 끝낼 수 있다. 국내서 AI 신약 개발 사업을 하는 기업만 50곳 이상으로 전해진다.
특허청에 따르면 현재 AI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은 소프트웨어 특허에 포함한다. AI가 개발한 신약 역시 기본적인 특허요건인 신규성과 진보성, 유용성, 성립성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대한 별도 특허 기준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시장이 커지고 출원이 증가하면 분야별로 세분화한 분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AI를 신약개발 발명자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은 최근 AI를 의약품 개발 발명자로 인정할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본격적인 AI 신약 개발 특허 논의를 시작했다.
특허청은 AI를 활용해 복수의 기업이 같은 신약을 개발할 경우 특허를 먼저 출원해 등록한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존 신약 개발 특허와 마찬가지로 먼저 특허를 출원해 등록하면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며 "AI 신약 개발에서도 결국 빠르게 특허를 준비하는 쪽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신약 개발 기업 대표는 "AI로 신약 개발 과정이 확실하게 단축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사람의 직관성과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잘 병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