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항응고제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특허소송에서 국내 제약사들에 승소하고 후속 조치로 각 회사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퀴스 특허는 오는 2024년 9월 만료된다. 복제약(제네릭) 시장을 노리고 특허 무효화에 나섰던 국내 제약사들은 일부 금액을 배상하고 화해하거나, 소송을 지속하는 쪽으로 입장이 갈렸다.
11일 서울중앙지법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BMS가 엘리퀴스 특허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화해권고결정서'를 송달받고 8억원을 기타 충당부채로 설정했다. 휴온스도 유한양행과 마찬가지로 8억원을 소송 충당부채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항소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지난 2021년 엘리퀴스 특허침해 판결을 확정한 만큼 손해배상 소송을 지속하기보다 일부 금액을 지불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BMS가 애초 손해배상 소송가액을 4억원으로 책정했다가 49억원으로 높여 잡은 점도 화해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퀴스는 피가 굳어진 덩어리를 의미하는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혈전증 치료제로 쓰인다. BMS와 화이자가 먹는 경구용 약으로 개발했다. 2011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연간 약 20조원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꼽힌다. 2021년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제외하고, 세 번째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약이기도 하다. 국내 매출은 6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양측의 소송전은 지난 2012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양국 협정에 따라 지난 2015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특허심판원·법원이 인정하면 최초 복제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2015년 특허 무효심판 소송을 제기하며 엘리퀴스 복제약(제네릭) 시장에 진출을 시도했다.
오는 2024년 9월 9일 만료 예정이었던 특허를 10년 일찍 무효화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종근당, 휴온스, 유한양행 등이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하고 제품까지 출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앞선 판결을 뒤집은 데 이어 2021년 특허 법원마저 BMS 손을 들어주자, 국내 제약사들은 모두 엘리퀴스 복제약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진보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성의 곤란성'이나 '효과의 현저성'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재판부는 엘리퀴스의 발명 효과가 현저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줬다.
BMS는 특허분쟁 승소 후 반격을 시작했다. 엘리퀴스 복제약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가액은 복제약으로 올린 매출을 고려해 차등 적용했다. 국내 제약사가 약 2년 동안 올린 매출은 100억원 규모로, 종근당이 절반쯤 차지해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의 매출을 감안하면 소송가액이 유한양행(49억원)의 두 배 이상 규모일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추산한다.
종근당은 유한양행과 달리, 법정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BMS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린 한 기업 관계자는 "이미 법원 판결까지 난 데다, 내년이면 특허가 풀린다"며 "굳이 소송을 지속한다는 것은 보상 범위를 두고 양측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소송가액은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한국BMS제약도 진행 중인 소송이라 별도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