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사용한 시술 모습.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등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법안 저지를 위해 전방위 작업에 나섰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예방법에 대해 ‘계속 심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다음 복지위 전체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법안소위에서 더 논의하게 됐다.

이 법안은 보툴리눔 톡신을 비롯한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질병관리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취급 결격사유를 신설하고, 관리 내용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한편,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 보유자가 취급 기록을 보존하게 하고, 이런 정보를 두고 거짓말을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휴젤(145020), 휴온스(243070)등 보톡스 제조회사 관계자들이 최근 법안 발의자인 최 의원실을 직접 찾아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업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대웅제약과 휴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메디톡스와 균주 출처를 두고 국내 민사 소송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에 들어갔고 휴젤은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두 회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록 관리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휴온스마저 이 법안 저지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글로벌 균주 암시장에 구매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암시장에서 들여온 균주의 경우 출처를 밝힐수 없고, 이런 불법적인 경로로 균주를 들여온 업체들로서는 감염병예방법이 통과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휴온스는 지난 2016년 바이오토피아를 인수한 후 세운 휴온스내추럴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바이오토피아는 지난 2013년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돼지 축사에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가, 돼지 축사가 아닌 국내 토양 샘플에서 분리했다고 신고했다.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휴온스는 이 균주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맹독성 병원체다. 이런 병원체를 발견하면, 질병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질병청은 출처를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확인된 후 균주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 것을 허가하고 유통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몫이다.

최종윤 의원은 “보툴리눔 독소 균은 생물테러 이용될 위험이 있는 위험한 병원체인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리감독이 안되고 있었던 것은 문제가 맞다”며 “고위험 병원체를 관리하는 법을 기업들이 앞장서서 막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병원체를 입수한 경황과 관리 취급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며 “애초에 정부가 나서서 입법하려던 내용이며, 이를 두고 여당에서도 전향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