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PHOTO: An Amgen sign is seen at the company's office in South San Francisco, California October 21, 2013. REUTERS/Robert Galbraith//File Photo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로 전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에 구조조정이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암젠이 19일(현지시각) 450명 규모의 정리해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미증권거래소(SEC)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암젠은 50개국에 2만 52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전체 인력 규모를 생각하면 450명 구조조정 규모가 작게 느껴지지만, 이번 발표는 지난 1월 미국 커머셜 팀 300명 정리해고 발표 이후 2개월 여만에 다시 나온 것이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암젠은 “(미국 내) 약가 인하 압박에, 인플레이션까지 이어져, 비용을 절감하려면 직원 해고는 불가피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암젠이 올들어 연달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작년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암젠의 총 매출은 68억 3900만 달러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8억 4600만 달러)에서 줄었다. 올해 암젠 연매출은 250억~272억 달러 수준으로 작년보다 더 나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암젠 외에도 여러 글로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에서 40개 제약 바이오 업체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도네파질을 개발한 일본 대형 제약사인 에자이는 오는 4월 30일 미국 뉴저지 너틀리 사업부를 정리하며 91명 직원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백신 개발 바이오벤처인 백사트(Vaxart)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을 포기하면서 인력의 27% 해고를 예고했다.

네오루킨도 사업 전략 재검토를 통해 상반기 중에 직원 70%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조나단 드라크만 CEO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구조조정은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시장 위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씩 임상을 해야 하는데, 이 임상 비용을 마련하려면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야 한다. 자금시장 자체가 경직된 상황에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정리해고에 나서면서도, 바이오벤처 인수, 신약 개발 인력 충원 작업에는 계속 나서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신기술 등이 의약품 개발에 도입됐지만, 사용 가능 가능한 신기술과는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가 시젠을 430억 달러 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화이자는 시젠(Seagen)의 현재 연간 12% 성장이 2030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사노피도 프로벤션바이오를 29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직원 구조조정에 나선 암젠도 지난해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를 인수했고, 올해 상반기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BDO는 올해 글로벌 바이오벤처 인수합병(M&A)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사정이 곤란한 바이오벤처들은 싼값에라도 기술이전을 하거나 회사를 넘기는 게 낫다. 바이오스페이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현금이 있고, 바이오벤처가 기술이 있으면, 합병에 들어갈 수 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 잘하는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