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20일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허용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대부분은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당초 4월 말 5월 초로 예상됐던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긴 것은 의무화 조치를 해제해도, 국내 의료 역량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월 실내 마스크를 일부 해제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대중교통 역시 의무 해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코로나 유행도 새로운 변이 등장 없이 일단락됐고, 코로나의 치명률(0.8%)은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 말 초⋅중⋅고교가 개학하면 재유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이 역시 통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청) 상황총괄단장은 마스크 의무 해제가 향후 방역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유행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게 큰 폭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해제로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감염병 관리는 유행이 닥쳤을 때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료 역량을 갖췄는지에 성패가 달려있다. 먼저 정부는 코로나 유행 현재 상황을 소폭의 감소세 내지는 정체기로 판단하고 있다. 임 단장은 “(3월 말) 개학을 하면 유행의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유행이 없다면, 환자의 상태가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코로나 유행을 겪으면서 코로나의 치명률이 크게 떨어졌다. 최근 8주 동안 코로나의 치명률은 0.08%로, 유행 초기인 2020년(2.1%)보다 낮고,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위험군을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 항체가 형성돼 과거와 같은 집단감염 가능성도 낮다. 엄중식 교수는 “엔데믹이라는 것은 코로나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위협이 상존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3일 정부가 1단계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것도 이번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사를 두고 지난달 10일부터 13일까지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75%)은 ‘규제 변화와 관계없이 실내에서 계속 착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는 해제하면서도, 의료기관과 약국 요양시설 등은 의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시설은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만큼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하루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생기고 있으며, 13일 오후 6시 기준 60세 이상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32.9%로, 고위험군은 충분한 면역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엄중식 교수는 “지금도 대형병원, 요양병원 등에서도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의료기관은 마스크 의무를 해제할 정도로 방역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마스크 관련 방역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해외에서도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OECD 주요 국가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마스크를 전면 해제한 곳은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마스크를 제외하면 남아 있는 방역 조치는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정도다. 정부는 이달 말 세부적인 일상회복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병 등급 조정을 포함한 방역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5월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 시기를 기점으로 보고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달 언론 간담회에서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와 확진자 7일 격리 등은 WHO의 비상사태 해제 뒤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